韓-中관계 또 삐걱…마늘분쟁 이어 '달라이라마 갈등'

  • 입력 2000년 6월 28일 18시 52분


한중 외교가 달라이라마 방한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다.

98년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기점으로 꾸준히 호전돼온 양국관계에 이상기류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4월 하순.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은 중국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하면서 달라이라마의 한국방문 추진에 대해 중국측의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이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싸늘해졌다.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7일부터 19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베이징 방문 직전 예정된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6일부터 18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아예 베이징 방문일정도 짜지 못하고 지방을 도는 데 그쳤다. 중국 지도부와의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중간에 마늘분쟁이 터진 것도 이 시점. 한국이 중국산 냉동마늘에 대해 315%의 관세를 확정하자 중국은 즉시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에 대해 수입금지조치를 취했다.

중국인의 한국관광 전면자유화도 석연찮은 이유로 3개월이나 연기됐다. 당초에는 26일 서명과 동시에 바로 효력을 갖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중국측은 ‘준비미비’라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발효시기를 연기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중국 정부의 이같은 일련의 ‘한국 푸대접’이 달라이라마 방한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국을 방문중인 자툴 린포체 티베트망명정부 동북아대표부 대사가 달라이라마의 11월방한을 한국측과 협의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중국 외교부 주방짜오(朱邦造)대변인은 27일 “중국은 달라이라마의 한국 방문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달라이라마의 한국 방문이 실현되면 분명 ‘적잖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과연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면서 “한중외교가 미묘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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