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선이후]모리 國政운영 힘들어졌다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는 26일 총선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통해 “연립 3당에 다시 정권을 맡으라고 한 것이 민의”라고 말했다. 국민의 신임을 얻었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지만 속사정은 그리 밝지 않다. 연립 3당은 모두 271석을 얻었다. 총의석은 480석으로 96년 선거에 비해 20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해산 전 연립 3당의 총의석은 336석이나 됐다. 무려 65석이나 잃은 것이다. 절대안정다수 의석은 확보한 만큼 외형적으로는 별 어려움이 없을 듯 보이나 앞으로 내홍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우선 모리 총리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물론 모리 총리는 당분간 계속해서 총리직을 맡는다. 그러나 자민당이 단독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신의 국가’ ‘국체’ ‘투표 포기유도발언’ 등 실언을 거듭한 모리 총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모리 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관방장관 후임에 자파 소속인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의원을 임명하는 등 친정체제를 구축해 난관을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주류 영수인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전정조회장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자민당 의석의 감소로 정권기반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과 보수당의 불만도 다독거려야 한다. 자민당은 ‘선거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한 조직표를 가진 공명당 지지자의 협조를 얻었다. 그러나 조사결과 자민당 지지자는 공명당 후보를 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얼굴을 들기 어렵게 됐다. 모리 총리가 사임의사를 밝힌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간사장을 주저앉힌 것도 이 때문이다. 3당연립을 유지하려면 노련한 노나카 간사장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각 때 공명당과 보수당의원의 입각을 권유한 것도 유화책의 하나다.

이번 선거에서 도시 유권자와 무당파가 자민당에 등을 돌린 것도 아픈 대목이다. 현직 각료가 2명이나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도시지역 유권자와 무당파는 공명당과의 연립에 부정적이다. 정권의 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지 않으면 자민당 이탈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는 모리 체제로 치르기 힘들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그런 만큼 모리 내각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모리 총리는 내달에 열릴 선진 8개국(G8)회담에서 점수를 얻으려 하고 있다. 또한 경제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연금 노인보험 교육 고용 문제 등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다. 모리 내각은 이들 문제에 대한 빠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입장이다. 만일 연립 여당이 하루빨리 체제를 재정비해 경제재생과 민생문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세력을 키운 야당의 공격은 더욱 강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自民 과반확보 실패…野 民主 32석늘어▼

25일 치러진 일본 총선은 여야당 어느 한쪽도 압승을 거두지 못한 채 ‘무승부’로 끝났다. 자민 공명 보수당 등 연립 3당은 의석이 격감했지만 절대안정다수를 확보했고 야당은 크게 약진했으나 정권교체에는 이르지 못했다.

자민당은 총의석 480석 중 233석을 얻어 단독 과반수인 241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공명당과 보수당도 각각 42석과 18석에서 31석과 7석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연립 3당은 절대안정다수인 269석을 넘는 271석을 차지했다. 절대안정다수는 여권이 21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차지하고 상임위별로도 여당의원이 야당의원보다 많은 의석이다.

연립 3당 당수와 간사장은 26일 잇따라 회담을 갖고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았다고 판단한다”며 3당연립을 계속 유지키로 합의했다. 연립 3당은 다음달 4일 특별국회를 열어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를 재지명한 뒤 일부 개각을 단행키로 결정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해산 전 95석에서 127석으로 약진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수권능력이 있다고 믿는 유권자가 적다는 것이 야권의 고민이다.

민주 공산 자유 사민당 등 야권은 앞으로 공조체제를 강화해 모리 내각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태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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