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38분


▼뉴요커의 자부심▼

사람들로 가득찬 버스안. 나는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마음이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버스 뒤편에서 한 여자가 달려나오더니 운전사에게 말을 걸었다.

여자:방금 어떤 남자가 지갑을 놔두고 내렸어요. 그 사람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요.

운전사:그 남자가 누군지 알아 볼 수 있겠어요.

여자:물론이에요. 방금 내린 사람 중 몸집이 가장 큰 사람이었어요.

운전사는 앞문을 열고 경적을 울려댔지만 아무도 뒤를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운전사는 기다리겠다며 직접 나가서 찾아보라고 말했으나 여자는 뒤를 쳐다보며 머뭇거렸다. 같이 데리고 있었던 꼬마 여자아이 때문이었다. 다른 승객들은 “걱정말아요. 우리가 보살필테니”라며 여자를 안심시켰다. 얼마후 여자는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지갑 주인을 찾은 게 분명했다. 여자의 선행에 동참했다는 느낌 때문인지 승객들은 모두 기분이 좋아 보였다. 비록 약속시간에는 늦었으나 나 역시 그 일이 있은 뒤로 뉴요커로 살아간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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