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銀 "한국 경제성장 크게 둔화"

  • 입력 2000년 5월 31일 20시 00분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최근 발표된 실물경제 지표를 근거로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의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는 ‘최근의 경기회복 속도 조절은 경기과열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정부나 관변 연구소들의 여유 있는 해석과 다른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관심을 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31일 “30일 발표된 4월중 산업활동 지표들은 한국경제가 성장둔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4월중 생산증가율은 자동차 파업과 총선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등을 감안해도 5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도소매판매 증가율도 6개월 연속 하락했다”면서 “이런 추세가 이어져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4분기에 이어 둔화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원유가격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고 한국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당초 100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낮췄다. 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도 29일자 보고서에서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한 최근의 통계자료들은 한국경제 성장세가 심각하게 둔화되고 있음을 명백하게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메릴린치는 “3·4분기 들어 한국의 기업수익이 빠른 속도로 모멘텀을 잃어 증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앞으로 6개월 간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딘위터는 최근 “미국경제의 연착륙과 미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원화 등 아시아 통화가치가 하향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6월 1090원에서 1150원으로 △8월 1075원에서 1130원으로 △12월 1025원에서 1100원으로 각각 올렸다. 모건스탠리는 △세계적인 경기둔화에 따른 정보통신 및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 △미국 증시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통화헤지 △미국 등 선진국 금리인상 등의 요인으로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자딘플레밍 등 일부 비 미국계 외국증권사들은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 수입은 자연히 늘게 돼 있으며 한국의 국제수지는 아직까지는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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