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외교소식통 "김정일-장쩌민 북경서 회담"

  • 입력 2000년 5월 31일 18시 55분


김정일(金正日)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방위원장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해 지난달 30일 장쩌민(江澤民)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중대사관 관계자와 베이징(北京) 주재 서방외교 소식통들이 31일 밝혔다.

김국방위원장은 북한 최고위층이 이용하는 전용열차편으로 29일 베이징역에 도착해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머물며 장주석 등 중국 고위지도자들과 만난 후 31일 베이징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국방위원장과 장주석의 회담에는 주창준(朱昌駿)주중북한대사와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관계자 등 극히 소수의 인사들이 배석한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들은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 김국방위원장은 자신의 방문 배경과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입장, 향후 국제관계 변화와 중국의 지속적인 지원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30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북-중 쌍방은 김국방위원장의 방중문제에 대해 교섭중”이라며 부인하는 입장을 내비쳤을 뿐 31일까지 사실 여부에 대한 공식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소식통들은 중국 정부가 김정일 방중설과 관련해 1일 한국 정부에 브리핑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장주석이 30일 베이징을 방문중인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자민당 간사장 등 일본 정계 인사들과 만났다면서 김국방위원장과 장주석 사이에 긴 회담이 열린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외교소식통들은 김국방위원장의 방문설을 부인하면서 김국방위원장의 특명을 받은 다른 고위층이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리 요시로(森喜郞) 신임 일본총리가 29일 한국을 방문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총리 장례식에 참석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등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한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대응으로 북한이 중국측에 외교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고위급 인사를 파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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