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 야당 후보 사퇴…페루정국 혼미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54분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과 대선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 알레한드로 톨레도 야당 후보가 22일 오후 (현지시간) 후보직 사퇴를 선언, 페루 정국이 몹시 혼미해졌다.

‘페루의 가능성 당’ 대변인 알베르토 사나브리아는 이날 오후 “톨레도후보는 28일로 예정된 결선투표가 공정하게 치러질 것이란 보장이 없어 결선투표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톨레도후보는 지난달 9일 치러진 대선에서 출구조사결과는 유리했으나 개표결과 후지모리후보가 1위를 기록하자 투개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1,2위 득표자간 결선투표가 불가피했다. 이후 톨레도후보는 “국제선거감시단이 투개표 과정을 감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해 결선투표일을 2∼3주 늦추지 않는다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톨레도 진영은 후지모리정부가 베네수엘라 대선과 같은 날 결선투표를 치르려 하는 점에 대해서도 미주기구(OAS)소속 선거감시단의 관심이 흩어지도록 만들어 놓고 부정선거를 치르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주기구는 21일 투개표 결과 집계용 컴퓨터 프로그램의 문제점과 선관위 직원의 자질 등을 문제삼아 선거감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페루 선관위는 1차투표후 30일이내에 결선을 치러야 한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투표일 연기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톨레도후보가 끝까지 선거에 불참할 경우 그대로 후지모리의 당선이 확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단독후보에 대한 투표를 해야 하는지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어느 경우 등 후지모리의 3선이 확실시되며 야당 지지자들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이같은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정국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나브리아 대변인은 이날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과정이 보장된다면 톨레도후보가 결선투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 고위관계자는 톨레도후보측이 다시 투표일 연기요청을 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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