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5월 17일 19시 3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FRB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 주재로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위원 12명의 투표를 통해 은행간에 거래되는 하루짜리 단기자금인 연방기금 금리를 연 6%에서 6.5%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FRB는 이와 함께 은행에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재할인 금리도 연 5.5%에서 6%로 0.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 금리는 1991년 1월 이후 9년4개월 만에, 재할인 금리는 1991년 8월 이후 8년9개월 만에 각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FRB는 지난해 6월 연방기금 금리를 4.75%에서 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 11개월 동안 0.25%씩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해 왔으나 과열 기미를 보이는 미 경제가 좀처럼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이번엔 0.5%포인트를 올리게 됐다. FRB의 금리 인상 직후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시중은행들도 우량고객에게 적용하는 대출 우대금리를 연 9%에서 9.5%로 인상했다.
이같은 금리인상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이 임금 및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인플레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제로를 기록했으나 FRB는 이를 유가 인하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물가인상 압력이 해소된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26.79포인트 상승한 10,934.57을, 나스닥 지수는 109,92포인트 오른 3,717.57을 기록하는 등 주가가 나흘째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FRB의 금리인상이 예견됐던 수준으로 이미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잇단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우려가 불식되지 않을 경우 FRB는 다음달말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AP통신은 “이날 회의에서 가까운 장래에 물가압력을 고조시킬 조건인지를 염두에 두고 위험요인을 가늠했다”는 내용의 FOMC 성명을 거론하며 이는 “경기 과열만 막을 수 있다면 앞으로도 공세적인 금리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베리 보스워스 연구원도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FRB로선 다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