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 한때 30달러 돌파…美, OPEC에 추가증산 요구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합의로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 원유가격이 지난달 중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12일 한때 미국 뉴욕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6월 인도분 WTI는 한때 30달러까지 치솟았다 소폭 하락해 29.62달러로 장을 마쳤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는 전날보다 배럴당 0.51달러 오른 것이다.

WTI 가격은 OPEC가 3월27일 하루 170만배럴을 증산하기로 합의한 다음 떨어져 지난달 10일에는 5개월 만에 최저치인 23.8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4월 중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다시 30달러선 돌파를 앞두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 거래가격도 올라 12일 영국 런던 석유시장에서 6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0.85달러 오른 28.30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가는 지난달 10일 21.30달러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OPEC 회원국이 배럴당 22∼28달러선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OPEC 기준유가는 11일 배럴당 0.97달러가 뛰어 27.3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의 유가 급등세는 최대 수요처인 미국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산유국이 추가 증산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 큰 요인이다. 또 세계에서 2번째로 석유를 많이 생산하고 있는 노르웨이에서 총파업이 벌어져 석유 공급량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산유국이 추가 증산을 하지 않을 경우 석유공급 부족분은 3·4분기 들어서 세계적으로 하루 22만배럴, 4·4분기에는 하루 172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 소비국들은 OPEC에 대해 추가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빌 리처드슨 에너지장관은 12일 “배럴당 30달러선에 육박한 유가는 너무 높다”면서 OPEC에 대해 내달 각료회담 때 증산 문제를 고려하도록 촉구했다. 그는 14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OPEC 의장인 알리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과 만나서도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3개국 석유장관은 11일 멕시코에서 만나 현재 유가 수준에 만족을 표시하고 다음달 열릴 OPEC 각료회의에서도 추가 증산합의가 필요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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