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하나의 중국' 원칙 일부 양보 시사

  • 입력 2000년 5월 10일 19시 24분


중국이 20일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 당선자의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원칙을 일부 양보한 듯한 유연한 발언을 하고 나서 그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반(半)관영 기구인 해협양안관계협회 탕수베이(唐樹備) 상무부회장은 9일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에서 열린 양안 관계 심포지엄에서 "양안 관계 개선은 대만의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 여부에 달려 있다"며 대만에 대한 압박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중국과 대만의 담판은 중앙과 지방의 신분이 아닌 평등한 담판이 될 수 있다"며 "'하나의 중국'은 사무적인 것으로 정치적 함의를 먼저 논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혀 그 진의가 주목된다고 10일 홍콩 태양보가 전했다.

분석가들은 탕부회장의 발언은 그동안 중국이 대내외에 천명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양보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를 대만과의 '협상의 전제'로 내세웠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림으로써 3월 천후보 당선 이후 대만에서 강해지고 있는 독립 기류를 차단하고 대만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태양보는 "탕부회장 발언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정리되고 천당선자가 20일 취임사에서 이를 수용할 경우 지난해 7월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양국론 발언이래 경색돼 온 양안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중국은 천후보 당선 이후 매일처럼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위협을 가해온데 이어 25일부터 20일간 남중국해 하이난(海南)도와 동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 기동 훈련과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키로 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계속해 왔다.

대만도 총통 취임식을 전후한 19∼21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육해공 3군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릴 것이라고 태양보는 전했다.

대만은 특히 패트리어트 미사일부대 등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대만해협에 구축함 함대를 투입하기로 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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