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일성과 창의성의 절묘한 조화

  • 입력 2000년 5월 10일 19시 05분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미국 사회에서 획일성은 어떤 때 통하고 개성은 어떤 범주에서 존중받는 것일까.

최근 이것을 미루어 생각해 볼 만한 사례들이 잇따라 나왔다.

필라델피아 시교육위원회는 9일 미국의 대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공립학교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교복을 입도록 결정했다.

필라델피아 내 공립 초중고교생 21만7000여명은 각급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교복을 입게 됐다.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복은 창의성을 죽인다"면서 반발하고 있지만 시 당국은 학교 폭력과 학생들의 비행을 예방하려면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 당국은 종교적인 이유 등 교복 입기를 거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 학부모 학생 대표의 협의를 거쳐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을 만들 예정이다.

시카고와 마이애미에선 공립학교의 80%와 60%가 각각 의무적으로 교복을 입도록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8일 키나 몸무게를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인종 종교 피부색 성별 연령 장애 등에 바탕을 둔 차별과 마찬가지로 불법이라는 법령을 통과시켰다.

이 법령은 뚱뚱한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차별하지 못하게 하려고 마련된 것.

지난해 한 몸매관리 회사가 광고에서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 뚱뚱한 사람부터 잡아먹을 것"이라는 카피를 내놓았다가 물의를 일으킨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절반 정도가 과체중이며 4분의 1은 의학적으로 비만 상태에 있다.

단지 뚱뚱하다는 것 때문에 취업과 일상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아온 사람들은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표준 체중이나 키 등 외모에 대한 기준은 편견일 뿐이므로 타고난 신체적 특성을 개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수도 워싱턴과 미시간주에서도 용모 때문에 차별하는 것을 법령으로 금지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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