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북한인권운동가 피살사건, 동거녀 수사

  • 입력 2000년 5월 10일 18시 22분


재일동포 인권운동가 김영달(金永達. 51)씨의 변사 사건을 수사중인 일본 경찰은 10일 김씨가 면식범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최근까지 동거했던 일본인 여성 K모(44)씨를 소환, 사건과의 관련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K씨가 지난 4월 25일께 김씨와 심하게 다툰후 김씨의 집을 뛰쳐나가 동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했으나 가족들에게 발견돼 입원치료를 받은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은 이 여인이 김씨와 다툰 시점과 김씨의 사망 시점이 거의 일치한 점을 확인하고 사건의 관련 여부를 추궁하고 있으나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K씨에 대해 치료를 위해 일단 돌려 보냈다가 오후 재차 소환, 알리바이를 캐고 있다.

한편 경찰은 김씨가 탈북자들의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단체인 '구하자 북한민중/긴급행동 네트워크(RENK)'를 이끌어오며 북한측을 비판해온 점을 중시, 북한과 관련된 인물이나 단체가 범행에 개입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8일 저녁 가슴에 칼로 찔린 흔적이 남은 채 와이셔츠 차림으로 요위에 누운 자세로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2주일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베개 뒤족에서 발견된 생선회칼등에서 지문을 채취,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씨와 함께 인권 운동을 주도해온 이영화(李英和) 사무국장은 "김씨의 사망에 특정 국가나 집단의 개입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최근 들어 협박을 받은 것 같지는 않으며 그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RENK는 지난 93년 2월 조총련을 탈퇴한 재일교포와 일본인등 250명으로 조직돼 북한 강제 수용소의 정치범 석방과 북송재일동포 및 일본인 처의 인권 보장등을 촉구해왔다.

지난달에는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의 탈북자 수용소에서 탈북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사실을 포착, 공개했고 최근에는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강제 송환되는 장면을 촬영해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도쿄= 연합뉴스 문영식특파원] yungshik@yoha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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