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도시 명성 사라져" 獨뮌헨 탄식…예술가 떠나 문화공백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뮌헨의 예술적 낭만은 사라지고 말 것인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프리마 돈나의 괴로움’이라는 제목의 최근호 기사에서 “19세기 이후 독일 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해 온 뮌헨이 베를린 수도 이전 이후 독일을 대표하는 예술도시라는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뮌헨의 명예와 전통을 지키던 문인과 예술가들이 하나둘 베를린으로 떠나면서 문화적인 공백이 생기게 됐다는 것. 문인 미카엘 그레테, 프란츠 바그너, 나르체스에 이어 미술사학자 피터 클라우스 슈스터, 독일의 대표적 언론인 조반니 로렌조가 베를린으로 갔다.

슈피겔지는 “뮌헨이 예향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논의가 지식인들 사이에 일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1차 대전 후 파리가 유럽의 예술도시로 남게 된 것은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가수 쥘리에트 그레코 등 당대의 사상가와 예술가들이 파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뮌헨에서는 작가 토마스 만이 슈바빙 거리의 카페에서 문인모임을 이끌었다.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폴 클레, 아우구스트 마케 등은 ‘푸른 기사단’을 발족시켜 활약했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그의 연인 루 살로메가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밤새워 예술논쟁을 벌이면서 뮌헨은 전후 피폐해진 독일 지성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슈피겔지는 “베를린은 1차 대전의 패망과 나치시대, 그리고 분단시대를 거치면서 허무주의가 성행하는 도시였지만 지금은 모든 문화를 녹이는 용광로처럼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시이론가 볼프 욥스트 지들러는 “세상에는 실존하는 도시와 국민의 상상력을 이끄는 도시 두가지가 있는데 이제 그 두 역할을 모두 베를린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백경학기자>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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