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러 '新나치주의 광풍' 고개든다

  • 입력 2000년 5월 1일 20시 03분


좌파정권이 지배해 온 유럽 대륙이 갑자기 불어닥친 ‘극우파 바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극우파 바람은 2월 오스트리아에 극우연정이 출현하면서 속도를 얻더니 마치 나치 망령이 되살아난 듯 유럽 각국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극우파가 활동 배경을 얻고 있는 나라는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히틀러 통치시절의 나치 인종주의 인식이 남아있거나 체코와 폴란드 등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에 인접해 외국인 유입에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외르크 하이더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이 총선에서 27% 이상의 지지로 연정 파트너가 되자 하이더는 나치를 미화하는 등 반외국인 정서에 불을 지폈다. 최근 오스트리아 국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2%는 인종차별에 긍정적이며 70%는 외국인증가를 가장 큰 사회문제로 꼽았다.

독일 함부르크의 한 디스코텍에서는 지난달 29일 폭탄이 터져 2명이 중태에 빠졌다. 독일언론들은 “신나치주의자인 스킨헤드족(머리를 빡빡 깎은 극우주의자들)이 외국인 공격을 다시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로 구 동독지역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테러와 폭력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 헌법보호청에 따르면 극우파는 1997년 4만8000여명에서 98년 5만3600명으로 늘었고 이들이 저지른 폭력사건도 7600여건에서 8200여건으로 증가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9일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극우주의자 장 마리 르펜을 당수로 추대했다. 르펜은 2002년 대선 공약으로 외국인 추방 등을 내세워 프랑스인 사이에 극우 민족주의의 불을 지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스킨헤드족이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민족연합(RNE)이라는 불법단체는 10대 후반 스킨헤드족을 규합해 세력이 5만명을 웃돈다. 이들은 나치군복과 완장 차림으로 시내를 돌아다니며 외국인을 폭행한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근호는 “오스트리아 극우연정의 등장은 유럽에서 잠자고 있던 신나치주의를 결집시켰다”며 “독일과 동유럽국가의 신나치주의자들이 총궐기할 조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경학기자>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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