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석유수출이 GDP 25%…유가하락에 휘청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21분


러시아 경제가 유가에 웃고 울고 있다.

석유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할 만큼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탓에 재정 환율 외채상환 등이 ‘기름값’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는 외화수입의 75%를 석유와 가스 금속 원목 등 자원수출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결정해 유가가 떨어지자 러시아 루블화의 대 달러 환률이 상승(루블화 가치는 하락)하는 등 경제가 즉각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러시아 정부는 유가가 1달러 하락하면 매달 재정수입이 1억 달러 감소한다며 울상이다. 올해 예산은 배럴당 18달러를 전제로 짜여졌는데 OPEC는 유가의 평균 변동폭을 22∼28달러로 합의했다. 러시아산이 북해산 브렌트유보다 평균 6달러 가량 싼 것을 감안하면 예산운용은 아슬아슬하다. 하원의 알렉산드르 쇼힌 재정위원장은 국제유가가 25달러선을 유지하면 원유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외채 상환이 불가능해지며 2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재정운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OPEC의 증산 결정 이전만 해도 러시아 경제는 34달러까지 치솟은 유가에 힘입어 상승세를 탔다. 총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로만 매달 10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며 지난해 3.2%의 경제성장율과 40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만년 적자이던 재정도 석유수출세로 숨을 돌렸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년간 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석유수출세를 3배 이상 올렸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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