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설계사, 고객확보위해 인생상담도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21분


재태크나 재산관리법을 상담해주는 미국의 금융설계사들이 인생 상담까지 하는 ‘역할 파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케일 나잇 콜맨도 이런 금융설계사 중 한 명이다. 매사추세츠주 칼리슬에 사는 그는 과소비를 일삼는 거부, 혹은 몇푼 안되는 연금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퇴직자들을 상대로 상담을 해주고 대책에 관해 토론하곤 한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전문의 역할을 하는 셈.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이다.

작가이자 금융설계사인 조지 카인더는 이같은 ‘역할파괴’를 주도해온 인물. 그는 전국 125명의 금융설계사 모임인 ‘나즈루딘 프로젝트’(NP)를 이끌고 있다. 90개 가정을 고객으로 확보한 카인더는 1억달러(1100억원)의 고객 자산을 관리한다. 그는 불교에 대해 얘기하고 때로는 단테와 셰익스피어의 작품까지 인용해가며 자문에 응한다.

NP 회원은 고객에게 돈을 가치있게 쓰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좋은 친구를 사귀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들은 서로 E메일을 통해 이상적인 자문법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덴버에 사는 NP 공동회장 리처드 와그너는 투자자문회사를 그만두고 소수의 부자고객에게 금융과 심리 자문을 제공하는 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의 고객은 반드시 ‘심성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금융설계사가 정신적 지주 행세를 하는 것은 고객 처지에서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란 반론도 있다.

미 소비자연합(CFA)의 투자를 자문하는 바바라 로퍼는 “고객이 돈에 대한 자문과 정신적 조언을 혼동하게 되면 곤란하다”며 고객유치를 위한 이같은 숫법에 반대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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