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이 유지되는 외교분야에서 성과를 거둬 집권 말기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애쓰는 경향을 보여왔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에 평화회담을 재개할 것을 종용했지만 무위에 그쳤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중동평화를 진전시키는 데 실패했다.
클린턴은 5월초 독일 방문과 7월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8개국(G8) 정상회담 참석 등의 해외방문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외교정책 담당 수석연구원인 리처드 하스는 “클린턴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도 “이후 극적이면서 과감한 조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일부에서는 국가미사일방위체제(NMD) 구축 등과 같은 중요한 결정은 차기행정부로 넘기는 것을 검토할 시기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이 퇴임을 불과 몇주 앞두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회담을 시작하는 등 임기 말의 ‘깜짝쇼’를 연출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클린턴에게 이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