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돼지 세계 최초 탄생…장기이식 치료 전기 기대

  • 입력 2000년 3월 15일 01시 00분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지 3년반 만에 세계 최초의 복제돼지가 탄생했다.

영국 로슬린 연구소와 함께 돌리를 만들어냈던 영국의 생명공학회사 PPL 세러퓨틱스는 14일 성명을 통해 “5일 세계 처음으로 복제 암퇘지 5마리가 태어났다”며 “동물장기의 인간이식으로 불리는 이종이식(異種移植) 기술의 개척에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5마리…인간장기와 유사▼

복제돼지 5마리의 이름은 밀레니엄에서 딴 ‘밀리’, 67년 인간의 심장이식 수술을 처음 실시한 크리스천 버나드에서 딴 ‘크리스타’, 이식수술 개척으로 노벨상을 받은 알렉시스 캐럴에서 비롯된 ‘알렉시스’와 ‘캐럴’, 인터넷 사용증가를 반영한 ‘닷컴’으로 각각 결정됐다. 이들은 미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 소재 PPL연구소에서 출생했다.

5마리의 복제돼지는 96년 7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돌리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체세포핵을 이전해 만든 복제돼지 수정란을 암퇘지의 자궁에서 자라게 만든 것.

돼지 장기는 그동안 간 심장 신장 등 인간 장기와 크기가 가장 비슷하고 인체 이식 후 거부반응이 가장 적다는 점 때문에 만성적인 장기 부족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돼지는 체세포핵 이식 등 체외 난자 조작과정에서 손상되기 쉽고 20개 이상의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 동시에 자궁에 이식하지 않으면 수태가 안되는 등 양이나 소 등에 비해 더욱 어려운 기술이 필요해 그동안 진전을 보지 못했다.

▼"4년내 인체에 이식실험"▼

PPL사는 “현재까지 알려진 기술적 어려움은 모두 극복했다”며 “앞으로 4년 내에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실험이 시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미국과 유럽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는 올 1월 현재 각각 6만8000여명과 5만명에 이르며 이 수는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다. 이날 복제돼지 탄생 소식이 전해진 후 PPL사의 주가는 19%나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이식시장의 규모가 연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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