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韓人 납치사건]中폭력조직 '黑社會' 개입됐나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중국에서 한국인 납치 강도사건이 빈발하면서 이들 범행조직이 보다 큰 폭력조직의 하부조직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최근 조명철(趙明哲·41)씨 등 한국인을 상대로 연속적인 납치극을 벌인 범인들이 중국에서 ‘헤이서후이(黑社會)’로 불리는 지하폭력조직과 연계가 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주중대사관은 한국유학생 송모씨 납치사건이 일어난 직후인 지난달 22일 중국 공안측에 일련의 납치사건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헤이서후이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中정계 비호속 세력 키워▼

또 한중 양국 경찰은 조씨 납치사건의 송금루트가 된 장낙일씨 계좌와 조씨 및 송씨 납치사건 모두에 연루된 박모씨(조선족·32)의 계좌를 상대로 납치사건 관련여부 및 보다 큰 조폭과의 관련여부를 재수사하고 있다.

중국에서 헤이서후이로 불리는 현재의 지하폭력조직이 본격 형성된 것은 90년대 이후. 이들은 중국 정계 지도자들의 비호 아래 국유기업의 생산할당량 획정, 신규기업 설립 및 사업분야 확대 등 경제적인 이권에 개입하며 세력을 키워왔다.

▼동북3성 10여개 활동▼

그러나 조선족 사회에서 조폭이 생겨난 것은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등 조선족 밀집지역에 음식점과 가라오케 등 유흥업체들이 생긴 이후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에서 활동 중인 조선족 조폭조직은 동북 3성에만 1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들과 일부 조선족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옌지(延吉) 왕칭(汪淸) 수란(舒蘭) 우창(五常) 등 조선족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연고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조직의 결속도는 우리나라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느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베이징(北京)이나 선양(瀋陽) 등 대도시에 동향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떠날 때 함께 진출, 서로 이합집산하며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폭력조직의 주된 수입원은 다른 조직이나 소규모 깡패조직의 행패로부터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가라오케나 음식점 등 유흥업소에서 받는 이른바 ‘보호료’. 베이징의 경우 점포당 매월 5000∼1만위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에 따라서는 청부폭력도 의뢰받아 업소 또는 개인간의 채무를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까지 베이징에서 가장 큰 힘을 떨친 세력은 수란 출신을 중심으로 한 지린(吉林)파. 그러나 98년 지린파 두목 K씨가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공안에 검거되고 이어 지난해 말 그의 친동생이 쿤룬호텔 부근에서 우창파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피격돼 사망했다. 이어 중국 공안은 1월 C씨 등 지린파 조직원들을 선양과 칭다오(靑島) 등에서 대거 검거, 이 조직은 사실상 와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력다툼속 피해 우려▼

이에 따라 하얼빈 출신이 주축이 된 헤이룽장(黑龍江)파와 옌지 출신이 중심인 옌볜파 등이 이 공백을 틈타 베이징의 가오리춘(高麗村)과 주센차오(酒仙橋) 등지를 근거지 삼아 세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베이징에서 이들 조직간의 세력다툼이 격렬하게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납치 강도사건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사건들이 앞으로 계속 기승을 부릴 우려가 높다는 게 베이징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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