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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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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이슬람교 국가인 이집트를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교황은 시내산 순례를 시작으로 올해 중 성서에 등장하는 성지를 두루 순례한다. 순례 일정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3월 20∼26일로 예정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성지 방문.
교황은 이번 방문을 포함, 중동분쟁국가를 두루 방문하는 것에 대해 “순수한 종교적 순례일 뿐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그동안 강조해 왔다. 그러나 교황이 중동분쟁국을 순방하는 것은 중동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가 20일 보도했다. 이집트의 이슬람교계도 “교황의 이번 이집트 방문은 의전적이라 할지라도 몇차례의 평화회담보다도 효과적일 수 있다”며 반기고 있다.
교황은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은 곳으로 알려진 시내산의 ‘가시떨기나무’ 앞에서 기도를 올릴 것이라고 교황청 선교통신인 FIDES가 20일 밝혔다.20일 성 베드로 광장 옆 교황청 창문 밑에는 교황의 여정이 순조롭기를 기원하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교황은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순례객들에게 모습을 보이는 정례 의식에 참석했지만 시나이 순례에 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은 24일 카이로에 도착,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만난다. 이어 이집트 콥트 정교 대주교인 셰누다 3세의 자택을 방문하며 이슬람 최고 대학인 알 아즈하르 대학의 이맘(종교 지도자) 셰이크 사이드 탄타위도 예방한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의 6300만 인구 가운데 11%가 콥트교도다. 교황은 25일 카이로 종합운동장에서 거행되는 대규모 미사에 참석한 뒤 오후에 콥트 정교회인 노트르담 성당에서 열리는 범교파 축하모임에 참석한다. 26일에는 비행기편으로 시내산에 가 6세기에 지어진 산기슭의 성 캐서린 수도원을 둘러보고 ‘가시떨기나무’ 부근에서 기도할 계획이다. 교황은 이날 밤 로마로 돌아온다.교황청은 79세인 교황이 순례 기간중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