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감 개혁파 잇단 석방…하타미 허법개정도 추진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이란 개혁파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혁명 혐의 등으로 복역중이던 개혁파 지도자들이 비록 일시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잇달아 감옥에서 풀려나는 등 개혁파의 힘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풀려난 개혁파 지도자의 대표적 인물은 부통령과 내무장관을 지낸 압둘라 누리. 그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발행하는 신문을 통해 반 이슬람 선전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누리는 석방 직후 기자들에게 “이번 총선결과에 따라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며 나의 석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의 석방은 정치범들에게 3개월마다 1주일씩 허용되는 것이어서 다시 수감될 예정이지만 개혁파의 총선 승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임에는 틀림없다. 누리는 개혁 성향의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보수파의 포석에 의해 체포된 것으로 인식돼 왔다.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측근으로 1년6월형을 받고 복역중이던 개혁파 지도자 모흐센 카디바르도 19일 임시 석방됐다.

총선에서 승리한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파는 앞으로 △서방과의 관계개선 △사법개혁 △언론자유 △종교적 영향력을 줄인 법의 지배 △시장 개방 △남녀 차별 철폐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파는 특히 종교 및 국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권한을 제한하는 헌법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이슬람 체제 수호를 강조해 온 보수파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후 만들어진 이란의 현행 헌법은 종교 및 국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사법부 경찰 민병대 등에 대한 광범한 통제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타미 대통령은 97년 당선된 후 추진해 온 언론자유와 개혁 개방정책 등이 헌법상의 권한을 바탕으로 한 보수파의 저항으로 번번이 저지되자 헌법개정을 추진해왔다. 누리도 “전반적인 체제개혁의 한 부분으로 헌법 개정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21일 군과 경찰 민병대 등 권력기관과 방송 등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파가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혁파와의 격돌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제임스 폴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총선 결과에 대해 “이란의 민주주의가 신장됐음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화 과정의 진전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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