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지도자 中탈출…CIA 지원說 제기

  • 입력 2000년 1월 9일 19시 54분


티베트 불교계의 정신적 지도자의 한 사람인 제17대 카르마파 라마가 중국을 탈출해 인도 다람살라에 도착함에 따라 중국의 대(對)티베트 정책이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중국 당국은 “불교 예식에 사용되는 악기 등을 구입하기 위해 해외로 간다는 편지를 사원에 남겼다”고 설명했을 뿐 그의 탈출사실은 즉각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언론도 9일까지 아무런 보도나 논평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 태양보는 9일 “카르마파의 탈출은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이 집권 이래 대 티베트정책에서 맛본 가장 큰 실패”라며 “대만의 파룬궁(法輪功)문제에 이어 티베트문제가 다시 골칫거리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8일 “카르마파는 중국 당국과 1959년 해외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가 함께 인정하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그가 겨울에 히말라야 산맥을 도보로 넘어 인도로 비밀리에 탈출한 것은 중국 정부에 큰 타격”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카르마파는 64세의 달라이라마가 사망하면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인물로 베이징 당국의 기대를 모아왔다”며 “중국 정부가 임명한 티베트 불교 제2의 정신적 지도자 판첸 라마는 많은 티베트인들로부터 가짜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태양보는 카르마파가 1주일 만에 탈출에 성공한 것은 배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미국의 지원가능성을 시사했다. 1959년 티베트봉기 실패 후 달라이라마가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에 망명할 때도 미국 중앙정보국(CIA) 작전요원이 동행했으나 3주일 만에 인도 경내에 들어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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