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中대륙의 품으로]주강 삼각주가 뜬다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442년 동안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마카오(澳門)가 20일 0시 중국에 반환된다. 포르투갈의 제127대 마카오 총독 바스코 비에이라(59)는 19일 밤 12시 직전 마카오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 에드먼드 호(중국명 허허우화·何厚·44)에게 행정권을 공식 이양한다. 이로써 중국은 영토 일부의 피식민 역사를 완전청산한다. 넓게는 서구열강에 의한 아시아 식민지가 없어져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세계사에 종지부가 찍힌다. 마카오 귀환은 중국과 마카오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인가. 5회 시리즈로 짚어본다.》

마카오 반환을 맞아 ‘주(珠)강 삼각주 경제권’이 부상하고 있다.

주강 삼각주는 홍콩에서 선전 광저우(廣州)시 주하이(珠海) 마카오로 이어지는 주강 자락의 비옥한 평야지대다. 마카오 반환 열기에 힘입어 이 삼각주 일대가 중국의 21세기 경제발전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광저우∼선전간 고속도로에 이어 6일 주강 삼각주를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대동맥이 개통됐다. 광저우와 주하이를 잇는 전장 53.8㎞의 6차로 고속도로였다. 총투입액은 46억위안(약 650억원).

주하이는 마카오에 인접한 경제특구. 이 고속도로가 개통됨에 따라 1시간이면 주하이나 마카오에서 광저우에 도달하게 됐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7000만 난웨(광둥 남부지역) 인민들이 마카오 반환을 맞아 조국에 큰 선물을 했다”며 도로 개통의 뜻을 높이 평가했다.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광둥성과 마카오간의 교역이 크게 늘어나고 주하이 중산(中山) 장먼(江門)시 등 주강 서부지역 도시 개발이 급속히 진전될 전망이다.

광둥성은 해안에 인접한 중국의 지역 가운데서 경제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 최근 20년간 광둥성과 마카오간 교역은 매년 11.4% 성장해왔다. 마카오에서 광둥성으로 수출한 총액은 지난해 5억달러를 넘었다. 마카오에 근거를 둔 기업이 주강 서부지역에 투자한 액수는 79년 이래 매년 25%씩 증가해왔다.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되면 이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여행객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마카오를 여행한 중국 내지인은 지난해 100만명을 넘었으며 올들어서는 9월까지 119만명을 기록했다. 절반 이상이 광둥성 사람. 마카오에서 광둥성을 찾는 관광객도 올 9월까지 660만명(연인원)에 이르렀다. 마카오 반환은 마카오와 광둥성 모두에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둥성은 마카오 반환을 앞두고 11월 경제발전전략을 새로 짰다. ‘주강 삼각주 선(先) 발전전략’이다. 주강 삼각주 지역을 먼저 발전시켜 광둥성 전체를 발전시키는 견인차로 삼겠다는 것이다.

광둥성 신전략으로는 우선 ‘4특(特)론’으로 불리는 ‘4특지구(特地區) 협력강화 구상’을 들 수 있다. 특별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 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과 주하이 등 4개 특별지구를 묶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이다.

‘주강 삼각주 대 여행권’도 새 전략 가운데 하나다.

광둥성은 93년부터 홍콩 관광객들에게 선전을 72시간 여행할 수 있는 ‘편리(便利)비자’를 발급해왔다. 이 제도를 마카오에도 도입하고 여행가능지역도 주강 삼각주 전역으로 넓혀 관광수입을 크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주강 삼각주 일대의 분업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홍콩은 말할 것도 없는 국제적인 금융 상업도시다. 선전특구는 첨단 전자통신산업단지로 급성장하고 있다. 화학공업 전자산업이 발달한 주하이에는 최근 컴퓨터소프트웨어 단지가 들어섰다. 마카오는 카지노와 유흥업의 천국이다. 광둥성은 이같은 지역별 특성을 결합하여 분업효과를 얻기 위해 광둥성 홍콩 마카오 3지역 정책조정기구 설립을 추진중이다.

신전략은 또 마카오 반환을 계기로 주강 서부지역 도시를 획기적으로 현대화하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마카오는 연간 700만명 이상의 여행객이 찾는 관광도시. 주강 서부지역과 해외를 잇는 중계무역기지이자 중국 대륙과 유럽, 라틴어 국가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도 떠맡고 있다. 마카오의 이같은 장점을 활용하면 주강 서부지역 도시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마카오 반환은 이처럼 주강 삼각주 경제권에 엄청난 자극제로 작용하고 있다. 주강 삼각주를 화난(華南)경제권과 환남해(環南海)경제권을 잇는 ‘황금의 삼각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중국은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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