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정상 대화록]金대통령 "공동이익 위해 노력하자"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9시 56분


2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한국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 중국의 주룽지(朱鎔基) 총리간 3국 정상회담은 첫 만남임에도 격의없는 농담이 오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3국 정상은 상호협력이 서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며 3자회담을 정례화하자는 데 흔쾌히 합의했다. 이날 회담장은 3국 정상 등 대표들의 좌석을 삼각형으로 배치하는 형태로 꾸며졌다. 다음은 대화요지.

▽주총리〓이런 모임을 갖도록 아이디어를 내준 오부치총리에게 감사한다.

▽김대통령〓오부치총리에게는 아이디어상, 주총리에게는 아이디어제작상을 주는 것이 좋겠다. (좌중 웃음)

▽주총리〓(사진기자들에게)사진을 찍을 때 세 방향에서 찍어달라.

▽김대통령〓우리 3국은 같은 동양문화권에서 살고 있다. 3국이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의미가 있다. 3국은 다같이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중국이 최근 약자(略字)를 너무 많이 써서 오히려 한자를 이해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웃음)

▽오부치총리〓김대통령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주총리〓한국경제와 일본경제의 빠른 회복에 대해 축하드린다. 이는 아시아경제발전에 대단히 중요하다.

▽김대통령〓감사한다. 중국 역시 주총리의 지도 아래 경제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 특히 위안화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해줘 외환위기극복에 많은 도움이 됐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과 미국과의 협상타결을 축하한다. 외환위기극복에 일본이 도와줘 감사한다. 3국 경제협력을 위한 이런 모임은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정말 축하할 만하다. 서로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대화를 추진해보자.

▽오부치총리〓중국의 WTO가입과 미국과의 협상타결을 축하한다. 동북아시아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가 이렇게 빨리 회복된 것은 김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 때문이다. 앞으로 3국간 협력속에 이같은 대화가 계속돼야 한다.

▽김대통령〓오부치총리 취임 후 일본경제가 회복단계에 접어든 것을 평가한다. 일본경제의 회복은 중국 한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일본이 18조엔을 투입해 경제회생대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일본은 우리의 시장접근이 좀 더 용이해지도록 협조해달라.

▽오부치총리〓일본은 그동안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했으나 금년에는 0.5% 정도의 플러스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경제회복을 위해 민간부문을 부양시켜야 하는데 국채발행에 대해 국민의 비판이 크다. 이에 대해 중국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총리〓두마리 말을 다 잡으려고 하면 모두 되지 않는다. 한마리만 잡아라. (좌중 웃음)중국의 WTO가입은 플러스요인도 되지만 마이너스요인도 된다는 비판이 있다. 오부치총리에 대해 개인적으로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정치적 성공을 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배워야 되겠다.

▽오부치총리〓금융시스템의 위험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청신호다. 그러나 민간기업부문에 있어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추진하다 보니 노동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WTO가입은 세계무역이 다자체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플러스요인이 많을 것이다. 시애틀에서 열리는 WTO 뉴라운드협상에 각료급을 파견해서 적극 대응하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한 3국의 협력을 기대한다. 내년에 주총리와 김대통령의 일본방문을 요청한다.

▽김대통령〓주총리도 가까운 시일 내 방문해주기 바란다. 중국의 WTO가입은 상호 시장접근이 확대되기 때문에 플러스요인이 많을 것이다. 어떻게 플러스요인을 극대화하고 마이너스요인을 최소화하느냐가 문제다. 3국 국책연구기관으로 하여금 공동협력, 플러스요인을 극대화할 방법을 연구해보자.

▽주총리〓동감이다. 3국이 공동연구하고 서로 배우는 것이 좋겠다. 한국과 일본이 다같이 저를 초청했는데 시기를 조정해달라.(웃음)

▽김대통령〓거리가 가까운 곳부터 먼저 오시라. (웃음)오부치 총리도 한국에 와달라.

▽오부치총리〓20세기의 마지막이고 21세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3국 정상이 만난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

〈마닐라〓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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