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학여행 새바람…"장소-일정 학생 마음대로"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한꺼번에 몰려 다니는 수학여행은 싫다.”

일본의 수학여행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워 자율적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자주견학형 수학여행’이라고 부른다. 97년에 고등학교는 69.6%, 중학교 86.2%가 이를 채택했다. 자율시간은 고교가 평균 8.7시간, 중학교가 8시간 가량. 하루는 완전히 학생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10월 초 3박4일로 오키나와(沖繩)로 수학여행을 간 가나가와(神奈川)현 쓰쿠이(津久井)고교 2년생 203명 중 40명은 둘째날 스쿠버다이빙을 즐겼다. 나머지는 그 시간에 관광을 했다.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3일간 나라(奈良)와 교토(京都)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사이타마(埼玉)현 나메가와(滑川)중학교 2학년생은 모든 일정을 자신들이 반별로 정한 계획에 따라 활동했다. 교사들은 여관에 대기하면서 반장들로부터 일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만을 보고받았다.

최근에는 4,5명이 조를 편성해 활동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도쿄(東京)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은 조별로 전자상가 아키하바라(秋葉原)에 가서 전자제품가격을 조사하거나 행인을 상대로 일본인의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설문조사하기도 한다.

수학여행지가 결정되면 학생들은 ‘자주견학’을 위해 꼼꼼하게 사전조사를 한 뒤 계획표를 작성해 교사에게 제출한다. 교사들은 무리한 부분이나 주의할 사항을 지적해 준다.

일본수학여행협회 우치다 오사무(內田修)조사연구부장은 “학생들이 원하는 수학여행은 그저 보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좀더 여유를 갖고 실제로 뭔가를 체험해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같은 학년이라도 국내와 해외여행을 나눠 실시하거나 같은 지역이라도 학생의 희망에 따라 더욱 세분해서 체험학습을 하는 학교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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