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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3일 20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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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교육의 최대 현안은 ‘학급 붕괴’다. 이 단어는 97년 한 TV방송이 ‘학급붕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본격 등장해 이제는 익숙한 용어가 돼버렸다.
학급붕괴는 주로 초등학교의 문제다. 개념도 명확하지 않다. 대체로 ‘교사의 통제가 먹히지 않고 학급의 일상적인 생활과 학습기능이 마비된 상태’를 뜻한다.
학급을 ‘붕괴’시키는 어린이의 돌출행동은 다양하다. 수업이 시작돼도 자기 자리에 앉지 않거나 교과서를 펴지 않는다. 수업 중 친구끼리 거리낌없이 잡담한다. 마음대로 교실을 들락거린다. 교실 뒤에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며 논다.
저학년과 고학년은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저학년은 자기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사례가 많다. 고학년은 일부러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급붕괴는 옆 교실에 영향을 주어 ‘학교붕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교사들은 대체로 10여년 전부터 학급붕괴의 싹이 보였다고 말한다. 10여년 전이라면 일본이 새 교육과정을 시행했을 때다. 새 교육과정은 ‘여유’와 ‘자유로움’을 강조했다. 여성언론인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는 “아이들을 엄격히 다루지 말고 무조건 자유스럽게 교육시키라는 새 교육과정이 학급붕괴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교육기조가 통제에서 자유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인 셈이다.
그러나 학급붕괴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일본 문부성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학급붕괴에 직면한 102개 학급을 정밀조사했다. 문부성은 지난달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학생의 정서불안 △교사의 지도력 부족 △학교의 협조체제 미비 △가정의 무관심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서바이벌 교사술’이라는 책을 쓴 현직 중학교 교사 아카다 게이스케(赤田圭亮)는 학교의 권위가 무너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학생들의 힘은 커지는 데서 원인을 찾는다.
교사의 미숙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토부립(京都府立)대 쓰쿠야마 다케시(築山崇)교수는 “초등학교에서는 학급경영의 성패가 교사 한 명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병상에 눕기 전까지 혼자서 문제를 끌어안고 간다”고 지적했다.
학급붕괴의 심각성은 ‘붕괴 예비학급’이 많다는 데도 있다. 7월 도쿄도(東京都)교육위원회가 도내 1393개 공립초등학교를 조사한 결과 20% 가량이 학급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