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본 日로 몰린다…美 호황 한계 판단

  • 입력 1999년 9월 1일 19시 28분


국제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가치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엔화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달러당 110엔이 무너졌다.

이날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엔화를 사고 달러화를 팔려는 주문이 늘면서 달러당 엔화환율이 109.40엔으로 하락(엔화가치는 상승)했다. 엔화는 지난달 31일 뉴욕과 런던에서도 한때 달러당 109.07엔을 기록하는 초강세를 보인 뒤 109.55엔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엔화가치는 올해 최고치인 1월의 달러당 108엔대에 바짝 다가섰다.

국제 금융계는 엔화강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닛폰코교(日本興業)은행 하나이 다케시(花井健)외환실장은 “엔화 강세는 달러당 105엔대를 향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토추(伊藤忠)상사 나카지마 세이야(中島精也)수석연구원은 “10일경 발표될 2·4분기 일본 경제성장률이 소폭이라도 플러스로 나타나면 엔화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엔화강세는 미국의 호경기와 증시호황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국제금융자본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최근 미국의 자산인플레에 우려를 표시한 다음 미국 주가와 채권값 달러가치가 동반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이어진 점도 엔화강세와 연관된다.

일본정부와 재계는 엔화초강세에 위기감을 느낀다. 일본최대의 제조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환율이 1엔 하락하면 이익은 100억엔 줄어들 것으로 본다. 일본 제조업체의 주가에는 이미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 등은 1일 “과도한 엔화강세에는 적절히 대처한다”며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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