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평론가 에토 준 자살]먼저간 아내 따라 하늘로…

  • 입력 1999년 7월 22일 19시 13분


일본 최고의 문예평론가로 불려온 에토 준(江藤淳·66)이 21일 밤 가나가와(神奈川)현 가마쿠라(鎌倉)시 자택에서 손목을 자해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암으로 숨진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최근 악화된 건강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겼다.

애처가로 소문난 그는 41년간 고락을 같이해온 부인이 숨진 뒤 일본문예가협회장직도 내놓고 칩거해왔다. 문예춘추 5월호에 간병 당시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아내와 나’라는 글을 실어 독자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그는 게이오대(慶應大) 재학중이던 55년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론을 발표해 평론가로 데뷔했다. 이후 ‘고바야시 히데오(小林秀雄)’ ‘성숙과 상실’ 등 평론과 평전 등으로 각종 상을 휩쓸며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와 함께 제2차세계대전 후 문단의 트로이카로 불렸다.

그는 헌법 국가 외교 경제분야 등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시각에서 서슴없이 비판해왔다. 게이오대와 다이쇼대(大正大)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의 주요 일간지는 22일 아침자 신문 1면에 그의 자살소식을 크게 보도하면서 문학계의 거인을 추모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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