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민방, 어린이 TV시청시간대 「선정-폭력」자제키로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55분


일본에 가족과 함께 일시 머물게 된 한국인 중에는 TV를 보다가 민망해진 경험을 한 사람이 많다. 가족이 모여 TV를 보다 화면에 갑자기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지도 못한 채 쩔쩔매게 되는 것이다.

공영방송 NHK를 제외한 일본의 민영방송은 시청률을 높이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프로를 마구 내보낸다. 일본인 조차 “아이들과 함께 TV를 못보겠다”며 불만을 터뜨릴 정도다.

일본민간방송연맹은 이런 비판을 수용해 10월부터 오후5∼9시를 ‘어린이를 배려하는 시간대’로 설정, 폭력 또는 선정적인 장면을 자율규제키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각종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이 시간대에 12세 이하 어린이가 TV를 가장 많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방연맹은 또 프로그램 예고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내용이 아동에 유해한지 여부를 사전에 알리는 ‘프로그램 내용 예고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 4월에는 프로그램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시청자 의견이나 불만을 접수하는 위원회도 운영하기로 했다.

NHK는 ‘청소년 정서를 해치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 프로그램은 방송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유익하면서도 재미있는 프로를 내보내고 있어 이번 자율규제조치 대상에서 빠졌다. 민방사들이 앞으로 규제시간을 피해 심야시간 등에 성인용 프로그램을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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