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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4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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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북한은 50명에 이르는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면서도 경제관련 각료를 1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7년여만의 고위대표단으로서는 무척 이례적이다.
그 대신에 북한은 백남순외무상 박동춘외무부상 김일철인민무력상과 호위총국의 김연주 김학두 및 상당수 군복차림의 수행원 등 외무 국방부문 인사를 대표단에 대거 포함시켰다.
북한의 이런 태도에 중국은 적잖이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여전히 비난하고 있는 터에 대표단마저 이렇게 구성한 것은 중국 경제각료의 북한 방문을 원치 않는 것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대표단 환영식장에 스광성(石廣生)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장을 내보내 북한의 그런 태도를 은근히 꼬집었다.
개혁개방은 중국과 북한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중국은 개혁개방의 성과를 자랑하며 북한에도 이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이 사회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해왔다.
3일 김영남 위원장과 리펑(李鵬)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회담에서도 이런 갈등이 노출됐다. 김위원장은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지지한다”면서도 “북한은 김정일(金正日) 장군의 영도하에 ‘사회주의 사업’을 부단히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리펑위원장은 전력 철강 농업 운수 등 북한의 취약부문을 열거하면서 “북한 정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고 시큰둥하게 맞받았다.
베이징(北京) 소식통들은 이 때문에 김정일의 중국방문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정일의 방중은 중국과의 전면적인 관계회복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인데다 그동안 중국의 개혁개방을 비난해온 북한이 체제위협을 무릅쓰고 개혁개방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