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모면 옐친 이번엔 총리인준 암초… 정국 혼란 심화

  • 입력 1999년 5월 16일 20시 04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국가두마(하원)의 탄핵안이 15일 부결돼 옐친은 위기국면을 일단 넘겼다. 반면 5개항의 탄핵안 가운데 최소한 체첸전쟁 탄핵안은 통과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공산당 등 반(反)옐친 진영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공산당에 반대하는 우리집 러시아당과 자유민주당 등이 옐친을 지지한데다 △탄핵안이 통과되면 옐친이 하원 해산을 시도할 것을 우려한 많은 의원들도 탄핵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옐친이 공산당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일단 승리했지만 옐친의 정치 경제적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우선 옐친은 19일 새 총리지명자인 세르게이 스테파신에 대한 하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반옐친진영은 옐친이 예브게니 프리마코프총리를 전격해임한데 격분해 있다. 그만큼 스테파신 인준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스테파신 인준이 세차례 거부되면 옐친은 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옐친 탄핵안 부결은 의회 해산의 길을 넓혀 놓았다. 하원은 대통령 탄핵절차가 진행중일 때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탄핵안이 부결된 이상 하원은 그런 주장을 계속할 근거가 없어졌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러시아 정국은 더한층 불안해지고 경제위기도 심화될 공산이 크다. 러시아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루블화가 또다시 폭락할 것이며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지원 협상도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IMF와 세계은행은 프리마코프와의 협상에서 러시아 하원이 경제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면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프리마코프 해임으로 경제개혁법안 통과가 지연돼 차관제공도 보류되고 있다. 프리마코프 해임직후 세계은행은 차관 30억달러를 당분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하원도 스테파신을 무한정 반대만 할 수는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보수파인 스테파신을 거부하면 의회의 지지를 약간이나마 받는 인물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당수 하원의원들은 스테파신이 거부되면 옐친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이 끝날 때까지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총리와 같은 자유주의자를 총리 대행으로 임명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 정치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스테파신 인준가능성이 80% 가량은 된다”고 전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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