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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1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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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고로 북한 선박 만폭호에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39명의 선원 중 박용운(42·전기사) 황정호씨(41·보조기관원) 등 2명이 구조됐으나 나머지 37명은 실종됐다.
현대 듀크호는 왼쪽 선수부의 외벽에 구멍이 뚫렸으나 항해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1일 “파나마 국적의 4천4백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현대 듀크호가 싱가포르항을 출발해 콜롬보 앞 해상 8백㎞ 지점(북위 5도56분, 동경 86도52분)을 운항하던 중 좌측에서 우측으로 교차 항해중이던 만폭호와 충돌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는 현대 듀크호와 긴급 투입된 인도 해난구조선 베리타스호의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다.
사고 당시 현대 듀크호는 유럽행 화물을 싣고 수에즈운하를 향해 항해중이었고 만폭호는 4천t 정도의 시멘트를 싣고 콜롬보에 기항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북한 선원 2명은 일단 콜롬보로 데려가 북한측에 송환토록 할 계획이라고 현대상선은 밝혔다. 남한과 북한의 선박이 공해상에서 충돌한 것은 우리 해운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당시 해가 지기 직전이었고 기상상태가 좋았던 점으로 미루어 운항과실에 의한 사고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듀크호가 항로유지선을 따라 운항중이었던 반면 북한은 상대 선박을 피해야 할 피항항로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북측의 과실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대 듀크호는 현대해상화재보험에 4천2백43만2천달러의 선체보험과 세계적 선주상호책임보험인 P&I 클럽에 가입돼 있어 보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실종선원을 구조하고 보상문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북한 당국자간의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