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취임 7개월반이 지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각지지율이 취임후 최고인 38.7%로 올라갔다. 9월의 자민당총재 재선, 즉 총리 재선도 ‘떼어논 당상’이라는 전망이 서슴없이 나온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하나는 ‘문외한’으로 지적됐던 ‘경제’에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점. 그는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금융체제 안정대책을 통해 97년부터 계속된 전후(戰後)최악의 경기침체와 금융시장불안에 제동을 걸었다.
또 하나는 그의 지원세력과 인간됨. 그는 정계를 포함한 각계에 든든한 지원세력을 갖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의 인간됨이다. ‘인품의 오부치’라는 별명이 시사하듯 그는 자기를 내세우기보다 남의 말을 잘 듣고 그것을 능숙히 조정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총리는 “무엇이든 흡수할 수 있는 백지(白紙)의 정치인”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이런 정치인이 장수하곤 한다.
그는 스스로를 ‘둔우(鈍牛·둔한 소)’라고 부른다. 그의 집무실 의자 뒤편 벽에는 그의 스타일을 엿보게 하는 ‘5계명(戒命)’이 걸려있다. ①매사를 낙관적으로 보라 ②화내지 말라 ③욕심 부리지 말라 ④푸념하지 말라 ⑤세상을 위해 일하라.
이 글을 써준 사람은 그의 와세다대 2년 후배인 오쿠시마 다카야스(奧島孝康)와세다대총장. 와세다대는 고려대와 학술교류협정을 맺은지 26년이나 된다. 오부치총리가 19∼21일 방한기간중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특별강연을 하는 데에는 그런 배경도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