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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3월 7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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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1910년 독일의 노동운동지도자 클라라 제트킨의 제창으로 세계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제정됐다. 전세계 여성운동가들이 여성 지위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는 기본적인 인권마저 누리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 국제기구를 이끌며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여성지도자도 많지만 여성의 날을 맞아 돌아본 세계여성의 전반적 상황은 안타깝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의 폭력으로 인해 숨지는 여성의 수는 교통사고나 암 또는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다. 또 개발도상국 여성의 3분의1이 상습적으로 남편에게 매를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심각한 인권유린상황을 살펴본다.
▽결혼지참금을 둘러싼 폭력〓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단지 결혼지참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년 수많은 여성이 살해된다.
인도 대법원의 라니 제트말라니 판사는 매년 1만5천명의 인도여성이 약속된 액수의 결혼지참금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랑 가족에 의해 살해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대부분 불에 태워진 뒤 사고사로 위장되곤 한다.
파키스탄에서도 매년 수백명의 여성이 지참금 문제로 살해되며 방글라데시에서는 청혼을 거부하거나 지참금이 부족한 여성들의 얼굴 및 성기에 황산을 뿌리는 사례까지 빈발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여성변호사협회는 지난해에만 2백명 이상이 ‘황산폭력’에 의해 부상했다고 밝혔다.
▽여성 할례〓유엔 등 국제기구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매년 2백만명 이상의 여성이 할례를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분에 4명이 끔찍한 할례를 받는 셈.
여성할례란 여성이 성적 만족을 느끼지 못하도록 성기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 여성할례는 대부분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마취도 하지 않고 이뤄지기 때문에 여성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한다. 할례를 받은 뒤 출혈과다 패혈증 등으로 사망하는 여성도 있다.
케냐 이집트 세네갈 등은 법으로 할례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효력이 없어 할례는 여전히 아프리카 각국에서 성행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 출신으로 할례수술을 받은 여성이 할례시술자를 고발해 시술자가 8년형을 받기도 했다.
▽교도소내 여죄수들에 대한 인권유린〓국제인권단체들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까지 여죄수들이 남성교도관들로부터 빈번하게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4일 보고서를 통해 미 애리조나주 교도소 등에서 여죄수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를 할 때 남성교도관들이 지켜보는 경우가 빈번하며 교도관들이 수감자들의 몸수색을 하면서 여성의 가슴 등을 더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면위원회도 95년 보고서에서 중국의 여죄수들이 교도관들로부터 몽둥이나 가죽허리띠 등으로 맞거나 전기고문을 당하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전쟁중 여성 학대〓많은 국가에서 아직도 여성을 전리품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우간다 반군 ‘신의 저항군(LRA)’과 시에라리온 반군 등은 여성을 납치해 반군들에게 분배한 뒤 성적노리개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이같은 과정에서 수백명의 여성이 희생됐다고 지적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