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출범 한달]越境쇼핑-우편주문 판매 급증

  • 입력 1999년 1월 31일 20시 25분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중 11개국의 공동화폐인 ‘유로’가 31일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그러나 유로랜드(유로 가입 11개국을 지칭)의 시민에게 유로는 ‘가까이 하기엔 아직 먼 당신’이다.

유로수표 유로크레디트카드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속에 들어갈 유로화폐가 아직까지 없는 탓이다. 유로화폐는 2002년 1월부터 사용된다.

편의점 등 유럽 각국에 5천여개의 점포를 가진 유럽 최대 유통업체 프로모데스의 세바스티앙 르토레 차장은 “유로가 도입된 1월1일부터 모든 점포가 유로와 현지통화로 가격을 표기하고 유로수표나 카드를 쓸 수 있도록 단말기를 고쳤지만 유로화 결제고객은 3%에 못미친다”고 밝혔다.

유로화 가격표시가 있지만 실제로 유로결제가 안되는 곳도 많다.

파리 교외에 사는 직장인 미셸 바르도(31)는 유로수표를 만들었으나 얼마 전 집 근처 외식체인점 버팔로 빌에서 유로수표를 받지 않아 다툰 뒤로는 아예 수표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대형 업체와 백화점은 유로 가격표시라도 있지만 동네음식점이나 담배가게 신문가판대 등 그것조차 없는곳도적지않다.

프랑스의 경우 사람들이 유로화 시대를 실감하는 것은 은행에서 한달에 한번씩 보내주는 거래내용서를 받아볼 때다. 지난해까지는 프랑화 잔고를 위에 표시하고 유로화로 환산한 액수는 작은 글씨로 밑에 쓰여 있었으나 유로가 출범한 올해부터는 유로화가 위로 올라가고 프랑화가 밑에 표시돼 위치가 뒤바뀌었다.

유로사용은 이처럼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유로랜드 시민들은 유로도입에 따른 ‘가격 투명 효과’의 혜택을 이미 누리기 시작했다. ‘월경(越境)쇼핑’이 대표적인 예.

유로도입으로 각국간 가격비교가 쉬워짐에 따라 쇼핑객들은 가장 가격이 싼 국가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특히 은행계좌에서 상품대금이 결제되는 우편주문구입에서는 환손실도 없어 라르두트 등 우편주문판매업체들이 호황을 누린다.

당연히 기업들의 가격경쟁도 치열해져 2천프랑이던 파리―뉴욕간 왕복항공권이 1천5백프랑대로 떨어지는 등 유로가 가격인하의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경쟁격화에 따른 기업도태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사냥꾼도 등장했다.

그러나 유로시대의 출현은 단기적으로는 실업자를 늘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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