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외교위원장 「포린 어페어스」기고문]

  • 입력 1999년 1월 19일 2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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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로비활동을 벌이는 업계의 대변자들은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가 다른 나라에 대한 경제제재를 남용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그들은 경제제재 때문에 미국 업계의 이익이 침해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미 제조업체협회(NAM)는 93년부터 96년까지 미국이 20개의 법과 41개의 행정명령 등 61건의 경제제재를 발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일방적인 경제제재’로 해석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법의 3분의 2는 제재가 아니라 미국의 대외원조에 대해 일정한 조건이나 제한을 가하는 내용이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나 마약거래 인권탄압활동을 벌이는 아이티 집권층에 대한 군사원조금지, 또 르완다나 구유고의 대량학살에 가담한 전범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테러국가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다. 이같은 제한이나 조건을 철회해야 하는가.

◇ 93∼96년 아홉차례뿐

행정명령 41건은 어떤가. 5건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것이다. 수단을 ‘테러국가’로 선언하는 것은 5번이나 중복 계산됐다. 나이지리아 수단 아이티 앙골라 등에 대한 원조를 제한하는 것도 8건이나 된다. 특정 국가나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고 ‘죄수의 노동력을 이용한 중국 기업 제품의 수입 금지’처럼 특정 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도 13건이다.

사실 미국이 93년부터 96년까지 취한 조치중 소위 ‘경제제재’한 것은 5개의 법과 행정명령 4건이 전부다.

5개의 제재법은 핵확산방지법(94년), 쿠바자유민주동맹법, 반테러법, 이란 리비아 제재법, 자유 버마법(이상 96년)이다. 행정명령은 △수단 테러국가 지정 △중국으로부터의 무기수입금지 △쿠바에 대한 현금송금 제한 △이란에 대한 투자제한 등.

업계는 이같은 미국의 조치들이 ‘일방적인 경제제재’라고 비난한다.

미국이 외국과의 교섭에서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외교 경제제재 전쟁 등 세가지다. 이는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도 갈파했었다. 경제제재조치가 없다면 미국의 외교는 무기력 할 수밖에 없다. 경제제재가 없었다면 구소련의 해체, 냉전 당시 폴란드에서의 자유노조인정 등 동유럽의 자유민주화 바람 등이 가능했겠는가.

◇ 외교→경제제재→전쟁

미국은 2백년간 경제제재를 외교정책의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해왔으며 앞으로 테러방지, 대량학살국가에 대한 응징, 핵무기확산 금지 등을 위해 전쟁 이외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유럽이 경제제재를 반대하는 이유는 자기나라의 복지정책 위축과 두자리 숫자에 이르는 실업률 때문이다.

경제번영과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국가안위와 도덕적 정신을 팔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국의 경제제재로 미국인들이 한해 1인당 3.77달러(전체로는 약 10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은 도덕적 외교정책의 구사를 위해 이같은 대가를 감수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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