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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14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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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5.7%인 실버국가. ‘오래 그리고 잘’살기 위한 방법을 28년째 연구하는 곳이 있다. 도쿄(東京) 이타바시(板橋)구에 자리잡은 도쿄 노인총합(總合)연구소. 1백68명의 석학들이 모여있는 일본 최대의 노인―노화 전문연구기관이다.
▼젊을 때 머리를 많이 쓰라▼
72년 도쿄도립연구소로 출발, 자율적 연구와 출판을 위해 81년 재단법인 노인총합연구소로 탈바꿈. 분자생물학 생리노화학 등 생명과학분야에서 심리학 생활환경학 등 사회과학분야에 이르기까지 총 6개 부문에 걸친 토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년 연구비 32억5천여만엔(한화 약 3백47억원). 연구의 변함없는 화두는 ‘성공적인 늙음(successful aging)’.
연구소 부소장 안도오 스스무(安藤進)박사. 그가 이끄는 세포기능연구팀은 뇌에서 신경에 자극을 전달하는 시냅스의 숫자가 줄어들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젊을 때 독서나 그림 등 창작활동을 통해 머리를 많이 써 시냅스의 숫자를 충분히 늘려놓아야 합니다. 웃거나 차라리 ‘속시원히’ 울어버리는 적극적 감정표현도 도움이 됩니다.”
정신적 노화 방지와 관련, 운동을 하는 데 있어 운동량보다는 상대가 있는 운동을 선택. 골프나 테니스 등 승리감 또는 절망감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게임’을 통해 치열한 경쟁의식을 갖는 게 효과적이라는 설명. 바둑이나 장기도 여기에 속한다. 또 원만한 성격의 사람보다는 강렬히 남을 욕하거나 반대로 욕을 먹는 등 극단적 감정표현도 뇌로서는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노화강좌▼
노인총합연구소는 학문적 연구결과로 시민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기위해 매년 세 차례씩 ‘노화 공개강좌’를 연다. 특히 노인과 함께 사는 젊은이에게 치매 등 노인성 질환에 대한 대처법을 설명하는 이 강의는 매번 6백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인기 있다.
▼치매조기발견▼
불면증 피해망상증 우울증 등 치매에 수반되는 증상과 달리 치매 자체는 아직 완치가 불가능. 따라서 이 연구소에선 치료와 더불어 치매증세의 조기발견에 큰 관심을 쏟는다. 연구소 부설 양성자의학센터에서 실시 중인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양전자방출단층촬영)검사.방사성동위원소를 주입해 이 원소들의 체내 움직임을 사진으로 찍어 신경전달물질이나 영양소의 대사와 분포상태 등을 알아내는 방법. 현재 일본내 27개 연구소와 병원에서 임상시험 중인 이 검사가 대중화되면 모니터를 통해 뇌내 포도당 공급상태와 혈류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치매의 조기발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 노이로제▼
의학센터 연구실장 센다 미치오(千田道雄)박사는 “최근 ‘너무 자주 잊어버리거나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진단소를 찾는 40,50대가 늘고 있다”면서 “정작 치매도 아닌 ‘치매 노이로제’ 때문에 정신과를 찾는 중년들이 많아지는 것도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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