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제과업체,한국서 줄줄이「쓴맛」…네스레 나비스코등

  • 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네슬레 나비스코 마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전세계 식품 과자 초콜릿 분야에서 2등이라면 서러워 할 막강한 다국적 기업들이다.

동남아나 홍콩 등지에서 이미 아시아의 입맛을 바꿔놓은 공룡기업들이지만 국내시장에선 전혀 힘을 못쓰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때 국내 제과회사 인수를 추진했던 네슬레는 명실상부한 식품분야 세계1위그룹. 국내에서는 이유식과 인스턴트커피사업에 진출해 꾸준히 국내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명성에는 크게 못미치는 형편.

IMF체제초기 활발한 시장탐색활동을 벌이던 지난해 말과는 달리 국내투자계획도 주춤한 상태이고 다양한 마케팅전략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이유식시장에서도 남양 매일 등 토종기업에 밀려 4위를 간신히 유지할 정도.

오레오쿠키 리츠크래커 등으로 유명한 나비스코도 한국시장의 깐깐한 벽을 여실히 실감하고 있다.

96년 해태유통과 손잡고 국내 소비자에게 ‘세계인의 과자’를 맛보이려던 나비스코는 한 소비자단체에 의해 유통기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1차퇴출의 쓴 맛을 봐야했다.

지난해 매일유업과 다시 제휴하며 권토중래를 꿈꾸기도 했지만 매출성적이 저조, 매일유업측이 재계약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정도.

이들 유수기업들의 연이은 참패는 다름아닌 롯데 해태 등 국내기업의 막강한 유통망과 ‘미투’전략을 내세운 우수한 품질력때문.

국내 식품업체들은 전국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구멍가게까지 제품을 직접 전달, 진열까지 도맡아 하는 ‘루트세일’이라는 독특한 자체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외국식품업체들이 몇몇 할인점이나 편의점외에 자사제품을 소비자가 있는 곳까지 전달조차 못하는 것도 이 거미줄같은 유통망을 뚫지 못하고 있기 때문.

또한 품질력을 내세워 비슷한 제품으로 시장을 방어하는 미투전략도 국내시장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소. 나비스코가 자랑하는 ‘리츠크래커’나 ‘칩스아오이’, 마스의 ‘스니커즈’ 같은 제품들이 롯데의 ‘제크크래커’나 ‘칙촉’, 해태의 ‘자유시간’ 등에 힘없이 밀려나고 있다.

〈정재균기자〉jung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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