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南美]경제난-파업-시위…사회불안 팽배

  • 입력 1998년 10월 2일 18시 11분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콜롬비아 등 남미 국가에서 노동자 시민의 파업과 반정부시위가 이어지면서 동시에 사회불안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80년대 독재와 쿠데타의 악령에서 벗어나 90년대 들어 모처럼 경제성장 궤도에 들어섰던 남미가 또다시 최악의 위기로 빠져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남미국의 사회불안〓볼리비아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전기 및 수도요금 인상에 항의, 1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AP통신 등 서방언론들은 파업으로 철시한 수도 라 파스 거리가 ‘유령의 집’ 같다고 전했다.

콜롬비아의 공무원 및 정부기관 종사자 80만명도 세금인상 및 국가투자중단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수도 보고타에는 1만2천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된 가운데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이에 앞서 페루에서는 지난달 30일 시위대 7천여명이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노동 및 경제정책을 비난하며 그의 ‘3선 시도’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2백여명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대통령궁으로 난입, 사무실 집기를 부쉈고 일부는 건물 외벽에 스프레이로 ‘독재자 후지모리를 끌어내려라’ 등의 구호를 써놓기도 했다. 페루 정부는 군병력까지 동원해 공포탄과 최루탄을 쏘면서 노동자 학생 교사 퇴직자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에콰도르에서도 노동자 학생 농민들이 지난달 30일 밤부터 사밀 마후아드 대통령의 ‘서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했다. 집권 민중민주당사에서 폭탄이 터져 4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도 벌어졌다.

4일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세계 8위의 경제대국 브라질에서도 경제위기로 인해 빈민층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사회불안의 원인〓외환위기의 여파로 남미경제 기반이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각국에서 도산기업이 속출하면서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앉는 국민이 정부를 상대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IMF가 전망한 이들 국가의 실업률은 모두 10%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주요 수출품이던 원유 구리 커피 등의 국제원자재가격이 떨어지면서 국고가 바닥을 드러내 정부가 국민을 도울 여력도 없다. 결국 재정확충을 위해 불가피하게 전기 교통 등 공공요금을 인상했으나 이는 서민들의 분노폭발로 이어졌다. 서방 언론들은 이같은 정치 경제불안기를 맞아 군부쿠데타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미 국가에서 사회불안으로 민주체제가 무너질 경우 “민주주의가 30년은 후퇴할 것”으로 우려한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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