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슬람세력 대결,헌팅턴 「문명충돌」이론 현실로 부각

  • 입력 1998년 8월 24일 19시 47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수단을 공격하는 등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이슬람권의 과격테러단체들이 지하드(성전)까지 들먹이며 피의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이같은 극한대결을 계기로 새뮤얼 헌팅턴 미 하버드대교수의 ‘문명충돌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93년 ‘포린 어페어즈’지에 기고한 논문 ‘문명의 충돌’에서 “앞으로 인류를 크게 분할하는 분쟁의 지배적 원인은 문화적인 것이 될 것”이라며 “특히 그 중심축은 서구의 힘과 가치에 대한 비서구문명의 대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갈등구조의 핵심으로 꼽은 것은 이데올로기나 경제가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 유교 힌두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러시아 등으로 대표되는 7∼8개의 종교문명이었다. 그는 특히 서방세계와 이슬람의 충돌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문명충돌론은 냉전종결 후 큰 전쟁이 없는 가운데 지구촌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는 국지적 분쟁을 해석하는데 유용하다는 평이다.

보스니아 내전의 경우 기독교(그리스정교)를 신봉하는 세르비아 대 이슬람권인 보스니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와 미국의 걸프전은 물론 아프가니스탄전쟁도 무신론의 구소련에 이슬람권이 지하드로 맞선 것이라는 해석이 있을 정도다.

미 대사관 폭탄테러사건을 둘러싼 이번 갈등도 문명충돌 양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대사관 폭탄테러사건의 배후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평가도 시각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서방의 눈에 그는 극렬한 테러리스트일 뿐이지만 이슬람세계에서 볼 때는 사우디아라비아 대부호의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이슬람 대의(大義)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수단의 산간오지를 누비며 성전을 벌이고 있는 영웅이다.

근대세계의 분쟁원인은 군사력 경제력 영토를 확장하려는 군주들의 싸움에서 민족끼리의 싸움으로 바뀌었고 이내 이데올로기 분쟁으로 번졌다.

냉전이 끝난 세계. 이제 서양 이슬람 유교문화권 등이 부닥치는 문명충돌은 현대세계의 분쟁에 있어 거의 최후의 단계라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더욱이 한 문화의 응집력은 사상이나 피로도 쉽게 갈라지지 않을 만큼 강해 문명충돌은 그만큼 위험한 전쟁이 되기 쉽다는 평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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