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유화-자동차 빅딜,세계시장에 큰 영향

  • 입력 1998년 6월 21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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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석유화학 자동차 세업종의 빅딜은 재계 판도는 물론 세계시장에도 큰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세계 1위의 시장점유력을 갖고 있는 D램 반도체의 경우 확고한 국제적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되고 석유화학은 아시아권의 최강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또 자동차 분야는 단기적 효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외국 대형업체에 맞설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반도체〓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국내 업체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 LG반도체가 삼성전자에 넘어갈 경우 세계 반도체 업계의 판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

삼성전자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현재 18.8%선. 여기에다 LG반도체의 6.7%가 넘어가면 세계시장 점유율은 무려 25.5%에 달해 2위인 일본의 NEC(12.1%)를 2배 이상 앞서게 된다. 삼성은 확실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가격과 공급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

그러나 삼성전자는 LG반도체와 제조방식이나 설계기술이 달라 당장 시너지 효과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평가. 또 삼성반도체의 지나친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수요자 측에서 공급선을 분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외국과의 통상마찰도 신경 쓰이는 부분. 삼성전자의 독과점을 우려한 외국업체들이 정부를 동원, 조직적인 통상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석유화학〓국내 생산규모는 에틸렌 기준 5백만t선으로 세계 5위 수준. 개별기업 기준으로 세계 5위권에 든 한국기업은 없지만 빅딜이 이뤄지면 LG화학은 단번에 아시아 정상 수준으로 올라간다. LG가 63만t, 현대석유화학이 대산 1,2기를 합쳐 1백만t이어서 1백63만t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LG가 아시아의 최대 유화업체 중 하나로 떠오르면 수출물량 조절로 동남아나 중국시장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동남아경기가 최악이고 국내 업체들의 현금 확보를 위한 밀어내기가 여전해 당장 시장 지배력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

▼자동차〓세계 자동차 시장은 이미 공급과잉 상태. 전체 수요는 4천8백만대 정도인데 비해 생산능력은 6천5백만대에 달한다.

한국 완성차 업계의 전체 생산능력은 내수시장 규모의 5∼6배. 내수부진에 시장개방이 가속화하면 채산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빅딜이 이뤄지면 현대자동차가 연산 2백만대 가까운 생산시설을 갖춰 외형적으론 외국의 대형업체에 맞설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

그러나 문제는 자동차 산업 자체의 세계 경쟁력이 취약해 현대가 삼성차를 가져온다 해도 국내시장에서 경쟁자를 퇴출시킨 의미 외에 당장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게 현실.

특히 세업종 모두 빅딜의 성사단계까지 자산실사 등에 매달려 시간을 끌 경우 해외 바이어의 이탈, 내부적으로 판매 격감과 함께 임직원들의 동요로 자칫하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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