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8년 6월 12일 19시 1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 모습보다 김대통령이 직접 나서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방미기간 중 대한(對韓)투자에 관심이 있는 많은 미 경제계인사들이 김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나려고 했던 것은 한국의 개혁전망이나 투자가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은 김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정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개혁작업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아직 불안함을 반영한 것이었다.
김대통령의 방미로 이같은 의구심과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정부관계자들의 비교적 후한 평점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자들은 여전히 냉정하게 저울질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을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미국 조야에 확산된 것은 ‘온갖 탄압과 시련을 이겨낸 민주주의와 인권의 옹호자’라는 그의 개인적 이미지에 힘입은 게 사실이다.
미 수출입은행이 20억달러 규모의 무역금융차관을 한국에 제공키로 합의한 것도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였다. 루빈 미재무장관이 김대통령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에 대한 관심보다는 김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같다”고 말했다.
이제 김대통령은 개혁에 대한 더욱 굳은 신념과 자신감을 가지고 귀국할 것이나 전도를 낙관하기에는 국내외적으로 장애요인이 적지 않다. 특히 일본의 엔저 등 국외적 요인은 한국경제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통제권 밖에 있다.
미국의 경우 행정부와 의회의 입장이 달라 한국을 돕는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요즘 드물게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은 고립주의화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제2선방어 지원자금 제공과 관련,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필요하면’이라는 전제를 단 것도 뒤집어보면 “일단 한국이 잘해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미국의 예우는 깍듯하고 분위기는 우호적이었으나 방미성과에 들뜨기는 이르다. 그리고 한국정부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샌프란시스코〓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