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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9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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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김대통령은 이곳에서 특별한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고 미국 정부는 김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그동안 한국의 노동환경을 이유로 실시해온 대한투자규제의 해제 방침을 흘려왔었다.
그러나 한미투자협정은 그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일본이 아닌 아시아국가와 이를 체결키로 한 것은 이례적. 이는 한국의 개혁조치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평가를 반영한 것이라고 수행원들은 설명하고 있다.
한 공식수행원은 “미국기업의 첨단기술과 한국기업의 생산기술 마케팅 기술을 결합하는 전략적 제휴 측면 외에도 미국기업의 한국진출은 통일 이후에도 미국의 지원을 담보할 수 있어 안보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 경제제재조치 완화 등 북한과의 관계개선 확대도 예고된 것이었다.
정상회담에서 김대통령은 인도 파키스탄의 핵실험에 자극받아 북한이 엉뚱한 오판을 하지 않도록 하는 등 북한의 위협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제재조치 완화 필요성을 얘기했고 클린턴대통령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했다”는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의 말은 양국 정상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대북정책 조율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을 의미한다.
두 정상은 또 미―북관계 개선이 남북관계개선과 조화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 중국을 방문하는 클린턴대통령은 북한문제 등 동북아지역의 현안과 관련한 김대통령과의 합의사항을 중국측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정상회담은 김대통령이 취임 후 역설해온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에 대한 클린턴대통령의 전폭적인 이해와 지원을 확인하고 양국이 새로운 차원의 동반자 관계를 맺어나갈 것임을 천명한 자리였다고 할 수 있다.
두 정상은 이날 한국측 공식수행원과 미국측 환영위원을 접견한 뒤 클린턴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단독정상회담을 가졌다.
단독정상회담에는 한국측에서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 이홍구(李洪九)주미대사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수석 권종락(權鍾洛)외통부북미국장 등이, 미국측에서 고어 부통령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등이 배석했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을 마친 뒤 ‘루스벨트 룸’으로 이동, 한미범죄인인도협정과 한미항공자유화협정 서명식에 임석하고 이어 양국 공식수행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
김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는 동안 이희호(李姬鎬)여사는 클린턴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의 집무실인‘엘로오벌 룸’에서 20여분간 환담을 나누고 먼저 영빈관으로 돌아왔다.
〈워싱턴〓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