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가족 장래]국민들『재판회부-재산몰수』목청

  • 입력 1998년 5월 22일 19시 39분


수하르토 전인도네시아 대통령은 32년 철권정치의 의자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자신과 일가족의 운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마지막 선택한 ‘자진 사임’이 면죄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재판회부를 거쳐 수감이나 국외추방 등 ‘험한 꼴’을 보고 일가의 재산을 환수당할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이슬람지도자 아미엔 라이스 및 ‘피플파워’의 주역인 학생들은 재판회부 처벌 재산몰수를 강력히 주장한다.

쿠바의 카스트로를 제외하고는 최장 기간 2억 인구에 부존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를 다스리는 동안 수하르토와 그의 6자녀 및 사위 매제 등 친척들은 나라를 사유화했다고 할 만큼 족벌경제를 이루었다.

근대화와 개발의 명목으로 자행해온 야당과 기본적 인권의 탄압, 장녀를 장관에 앉히는 등의 권력 나눠먹기에 4백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축재까지 겹쳐 있으니 그가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그가 재산을 통째로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혜를 받아 커온 기업과 일가족의 재산을 그대로 남겨 둔다는 것을 국민이 용인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재산을 포기하고 해외로 도피하지 않는 한 국민 감정상 처벌 역시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유력하다.

수하르토가 사임발표전 군부와 미국으로부터 자신과 가족들의 안전에 대한 보장을 받아 사법처리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상황의 변화에 달려있을 뿐 모든게 불확실한 상황이다.

학생과 시민들의 처벌요구에 군부가 밀리거나 반(反)수하르토세력이 집권하는 경우 수하르토는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거나 정치적 망명의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이 이미 그의 망명처 제공의사를 표명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안고 있는 8백억달러의 민간외채중 30%를 수하르토 일족이 차입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부정축재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대단하다. 더욱이 수하르토가 1백40억달러를 해외로 빼돌렸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재산처리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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