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현지 표정]학생들 시위자제…정국변화에 촉각

  • 입력 1998년 5월 16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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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장한 군병력이 시내 순찰을 본격화한 16일 자카르타는 외견상 평온을 회복했다. 15일 집안에 머물렀던 대부분의 시민들은 16일 생필품을 사고 소식을 교환하기 위해 조금씩 시내로 나왔다.소요사태는 지방으로 번지는 가운데 학생들은 15일에 이어 이틀째 시위를 자제하며 정국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14일 폭도에 의한 방화로 폐허가 된 족자백화점과 라마야나 실레두크쇼핑몰 등 비극의 현장에서는 이날도 시신 수습작업이 계속됐다.

○…자카르타의 소요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14일 이후 자카르타를 빠져나간 화교와 외국인들은 인도네시아 상황을 한결같이 ‘아수라장’으로 표현하면서 악몽의 현장에서 벗어나는 것에 안도해하는 모습.

15일 타이베이로 가기 위해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한 29세의 한 화교는 “폭도들이 남편 앞에서 부인의 옷을 모두 벗긴 뒤 부부를 구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

○…자카르타에 거주하거나 관광차 왔던 미국인과 캐나다인 2천여명은 16일 이른 아침 로이 스테이플튼 미국대사의 집앞에 모여 버스를 타고 자카르타 동부 하림 공군기지로 출발.

이들 중 8백여명은 이 기지에서 보잉 747전세기를 이용, 방콕과 싱가포르로 떠났는데 비행기를 못탄 사람들은 기지에서 대기하는 모습.

○…수천명의 외국인과 화교 및 인도네시아인들이 출국장을 가득 메운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는 어떻게든 좌석을 얻어보려는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 이 공항의 대기자들 중 좌석확인을 마친 승객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절망적인 상태에서 빈 좌석이 생기기를 고대.

○…인도네시아군은 15일 자카르타에서 약탈자 수십명을 체포한 뒤 이들에게 속옷 차림으로 중심가를 행진하도록 하는가 하면 약탈한 물건들을 입에 물고 있도록 명령.

약탈자들은 자신들이 훔친 마이크 확성기 등을 입에 물고 사람들 앞을 행진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한 사람은 휘트니 휴스턴의 콤팩트디스크를 입에 물기도.

또 일부 약탈자는 더러운 개천을 건너는 벌을 받기도 했으며 시민들은 이같은 광경을 보기 위해 시내 중심가로 집결.

○…군의 시내 장악으로 외견상 평온을 찾음에 따라 자카르타 시민들은 16일 식료품과 생필품 구입 및 현금을 찾기 위해 시내 중심부 수디르만가(街) BCA은행 본점 앞에 몰려 장사진.

이들은 1층 로비를 가득 메우고도 건물밖으로 1백m 이상 늘어서 2시간 이상을 기다렸지만 상황이 호전된다는 기대감에 그리 어둡지 않은 표정.

○…특히 시위대의 주요 약탈대상으로 이번 주 들어 철시상태이던 주유소들이 16일부터 하나둘씩 영업을 재개했고 일부 식료품 상점들도 문을 여는 등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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