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號 188일 『떠다니며 식사 제일 즐거워』

입력 1998-05-06 07:33수정 2009-09-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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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우주체류기록을 갖고 있는 미국인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주인공은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호에서 1백88일을 연속해서 머무른 미국인 우주비행사 샤논 루시드.

세 아이의 엄마인 루시드는 79년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이래 다섯 차례 우주비행에 참가한 베테랑이다.

루시드가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5월호에 기고한 ‘미르호에서 보낸 6개월’이란 글의 내용을 소개한다.

94년 어느날 NASA로부터 “러시아어를 배우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96년3월, 나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를 타고 케네디우주센터를 떠났다. 사흘 뒤 나는 미르호에 도킹, 우주생활을 시작했다.

미르호에 탑승한 후 며칠 동안 러시아 공군장교인 선장 오누프리옌코와 민간인 공학자 우사체프 등 두 사람의 동료승무원과 친해지고 미르호의 구조를 익히는데 시간을 보냈다. 모든 의사소통은 러시아어로 이뤄졌다.

미르호는 본체와 크반트1,2호 크리스털 스펙트르 프리로다 등 6개의 모듈이 조립된 형태로 구성돼 있다.

나는 스펙트르에 짐을 풀고 잠을 자고 과학실험은 프리로다의 실험실에서 실시한다. 내 출퇴근 거리는 아주 짧아서 잠깐 떠다니기만 하면 될 정도다.

일과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아침 8시에 따르릉 알람이 울리면서 시작한다. 첫 업무는 지구와의 교신. 교신은 90분마다 실시하며 보통 10분간 지속한다.

첫 교신 후 우리는 아침식사를 한다. 미르 승무원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 중의 하나는 식탁 위를 떠다니며 함께 식사하는 것이다.

대개 러시아와 미국의 건조식품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맛있게 먹는다.

러시아 승무원들이 미르호를 보수하는 동안 나는 각종 실험을 벌인다. 그리고 점심 직전에는 항상 무중력 생활로 인한 근육의 퇴화를 막기 위해 운동을 한다. 이 운동은 너무 고되서 우주생활 중 내가 제일 싫어한 것이었다.

오후에는 종종 티타임을 갖는다. 저녁 식사 후에는 차가운 집기의 표면에 맺힌 물방울을 스펀지로 닦고 쓰레기를 치우는 등 잡일을 하는게 일과다.

시간이 나면 함께 쿠키나 캔디를 먹고 담소를 나눈 뒤 밤 10∼11시 지구와 마지막 교신을 한 뒤 각자 취침구역으로 간다.

원래 나는 96년8월 지구로 귀환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NASA의 과학자들이 우주왕복선의 결함을 연구하는 바람에 한달반을 더 머물렀다.

미르호의 생활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저녁이 있다. 그날 승무원들은 함께 차를 마시며 서로의 어린 시절을 얘기했다. 그들은 내 고향 오클라호마에 대해 궁금해했고 오누프리옌코는 우크라이나 시골에 대해, 우사체프는 러시아의 고향마을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포를 갖고 자랐다는 공통점을 깨달았다. 나는 소련의 핵공격을 두려워하며 책상 밑에 엎드려 민방위 훈련을 했고 그들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공격을 두려워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후 우리는 그 모든 기억을 뒤로 하고 우주정거장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김홍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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