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무기판매 거액 커미션 「엘프사건」 파문

  • 입력 1998년 4월 30일 20시 08분


유력한 정치인과 미모의 애인, 무기판매를 둘러싼 물밑거래와 거액의 커미션, 국경을 넘나든 돈세탁…. 추리소설 같은 초대형 정경유착 사건이 프랑스를 흔들고 있다.

일명 ‘엘프사건’으로 불리며 7년을 끌어온 이 사건은 사법당국이 지난달 29일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 정부에서 두번이나 외무장관을 지냈고 현재 국가서열 5위인 롤랑 뒤마 헌법위원회위원장(75)을 공식 사법조사 대상으로 삼으면서 가열되고 있다.

국영석유회사 ‘엘프 아키텐’ 사건을 수사중인 에바 졸리 예심판사는 이날 뒤마위원장에게 ‘사회재산 은닉 및 공모혐의’로 조사가 개시됐음을 통보했다. 뒤마는 이후 보르도의 자택에서 연금됐다.

사건은 크리스틴 드비에 종쿠르란 여성이 작년 11월 구속되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발단은 미테랑대통령 시절인 89년. 프랑스 국영방위산업체인 톰슨CSF는 대만에 프리깃함 6척을 척당 27억프랑(약 7천20억원)에 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뒤마 당시 외무장관은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흐지부지되는 듯하던 무기판매는 프랑스 외무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91년에 성사됐다.

의혹이 제기됐고 수사결과 종쿠르가 배후인물로 떠올랐다.

톰슨사가 종쿠르를 이용했다는 혐의도 포착됐다.

종쿠르는 89년 뒤마장관의 공보비서이자 ‘연인’이었으며 91년 뒤마위원장의 주선으로 엘프사에 입사해 로비스트로 일하다 톰슨을 위해 ‘활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종쿠르의 스위스은행 가명계좌에서 발견된 5천9백만프랑(약 1백53억원)이 증거. 이 돈은 룩셈부르크에서 세탁과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당국은 뒤마가 그녀의 부탁을 받고 무기판매를 허가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91년8월 종쿠르가 신용카드로 구입한 1만1천프랑(약 2백60만원)짜리 베를루티구두가 뒤마에게 배달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종쿠르와 뒤마의 거래관계도 드러나고 있다.

뒤마는 “나는 한푼의 커미션도 받지 않았다”면서도 “당시 커미션을 받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고 말해 ‘검은 거래’ 자체는 시인한 상태.

로이크 프리장 전 엘프회장도 “커미션 수수자 명단을 정기적으로 대통령과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고 털어놔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는 졸리와 로랑스 비슈니에프스키판사도 여자여서 더욱 흥미롭다.

〈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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