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94년 대학살범 22명 공개처형 강행』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르완다정부가 94년 투치족 대학살에 가담한 후투족 22명의 사형집행을 강행키로 한 것을 계기로 학살 관련자에 대한 인권문제가 국제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파우스틴 느테지야요 르완다 법무장관은 교황 요한 바오로2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살극에 가담한 후투족 중 사형이 확정된 22명을 24일 공개처형할 것”이라고 23일 발표했다. 24일 현재 실제 처형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르완다는 96년 12월 학살 관련자에 대한 재판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1백여명을 사형시켰지만 공개처형은 이번이 처음이다.

94년 7월 집권한 르완다의 투치족 정부는 대대적으로 학살자 색출에 나섰다. 현재까지 후투족 12만5천명을 체포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용시설이 부족한데다 사법체계까지 엉망이어서 이들에 대한 처우가 국제적인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12만명이 넘는 후투족은 정원이 3만명인 감옥에 수용돼 있다. 화장실도 없는 돼지우리 같은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위와 질병 굶주림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

또 40∼50명의 피고인을 한꺼번에 법정에 세우기 때문에 많은 피고인들이 변론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채 형장으로 끌려가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겨우 3백30여명에 대한 재판이 끝났다. 이런 속도로 진행될 경우 재판이 모두 끝나려면 4백여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때문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인권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우려를 표명해오다 이번의 공개총살을 중지할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학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르완다의 비인도적 재판에 강경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당시 학살이 시작되자 평화유지군을 철수시켰으며 학살이 자행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으면서도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프랑스도 학살에 쓰인 무기들이 프랑스제인 점 등과 관련, 현재 학살을 지원 또는 방조했는지를 파헤치기 위한 의회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이와 관련, 22일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의 아들이자 당시 아프리카 정책을 이끌었던 장 크리스토프가, 21일에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당시 총리가 청문회에 섰다. 의회는 이들이 학살을 방조하지 않았느냐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르완다 대학살은 94년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탑승한 비행기가 피격되자 후투족이 이를 빌미로 소수족인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을 살해한 사건으로 50만∼80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성희기자·키갈리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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