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金대통령 회담 해설]中-日에「신뢰구축」강조

  • 입력 1998년 4월 2일 20시 02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일 오후와 3일 새벽 중국 일본 영국 총리와 각각 가진 연쇄회담에서 새로운 정상외교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김대통령의 정상외교의 요체는 ‘열린 자세’였다.

김대통령은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한국이 당면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우방의 협조를 요청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상대방에도 마음을 열기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특히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일본총리와의 회담에서 그랬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리기 보다는 그동안 불편했던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상호 이해와 신뢰 구축에 역점을 두었다.

한일간의 각종 현안에 대한 포괄적 타결을 제안하고 별도의 정상회담에서 이를 논의하자고 한 것도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전제로 한 장기적인 구상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숨이 긴’ 접근법은 실무적 차원에서 하나의 현안을 타결했다 하더라도 상호 신뢰와 이해에 바탕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새로운 현안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대통령은 한일관계의 근인(根因)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사를 분명히 정리하고 한국도 현재의 일본을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담에서 하시모토총리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으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상호 자제를 강조, 다소 소극적인 듯한 인상을 주었다.

김대통령의 구상대로 된다면 한일관계는 역동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일본문화 개방과 일왕(日王)방한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도 이를 예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한국의 금융위기 극복과 양국간 무역의 확대 균형을 위한 일본측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협력과 대북관계에 있어 양국간 긴밀한 공조체제 확보도 이날 회담의 성과로 꼽았다.

김대통령과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와의 회담도 현안에 대한 논의보다는 양국정부 새정상 간의 우의를 확인하는 데 더 비중을 둔 느낌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총리에게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한반도문제 해결과 관련한 중국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의식한 것이었다.

김대통령의 방중과 주총리의 방한을 상호 초청한 것은 실질적인 협력관계의 증진 필요성을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은 상호 각각 3위의 교역상대국이다.

김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회담은 대한(對韓)투자단 파견 요청 등 세일즈 성격이 강했다. 영국은 유럽연합(EU)국가중 한국의 제1위 투자대상국으로 최근 3년간 교역규모가 두배 이상 증가했다. 김대통령은 주요 우방국 정상들과 상견례를 겸한 첫 정상회담인 이번 연쇄회담에서 개방적인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는 한국의 개혁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심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런던〓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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