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로 가는 중국 上]장쩌민號 도약발판 마련

  • 입력 1998년 3월 18일 19시 29분


《12억 거대중국이 ‘열린 경제, 젊은 관료, 작은 정부’로 21세기를 향한 새 도약의 기틀을 갖췄다. 5일부터 베이징(北京)에서 열려 19일 폐막되는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선진 중국을 향한 지도부 인사와 제도 개혁으로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 권력층의 세력재편과 부상하는 차세대 지도자들, 향후 정부 기업 군의 강도높은 구조개혁과 이에 따른 중국의 궁극적 목표를 조명한다.》

5일 중국 베이징(北京)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개막식.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을 필두로 리펑(李鵬)총리 차오스(喬石)전인대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부총리 등 지도부가 단상에 오르는 순간 주목할 만한 장면이 나타났다.리펑 등 다른 인사들이 장주석과 7∼8m 가량 멀찌감치 떨어진 채 들어선 것. 이같은 장면은 대회기간 내내 목격됐다.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장주석의 권력이 이번 전인대에서 완벽하게 구축됐음을 보여준 상징적 모습이었다.

장주석은 국무원총리에 같은 상하이(上海) 출신인 주룽지를 기용해 정부를 한층 단단히 장악했다. 유일한 라이벌인 리펑을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옮겨 힘을 약화시켰다. 또 중앙군사위원들은 유임시켜 권력의 기초를 굳혔다.

장주석의 권력강화와 함께 이른바 ‘제4세대 영도집단’이 형성된 것은 가장 주목되는 일이다.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에 이어 후진타오(胡錦濤)가 국가부주석에 선출돼 4세대 집단을 이끌게 됐다.

후의 전면 등장은 21세기 초 중국지도부가 대대적으로 물갈이될 것을 예고한다. 다음 전인대가 있을 5년 후면 장주석은 77세, 동갑인 주총리와 리위원장은 75세가 돼 이 ‘3각 지도체제’는 사라질 전망이다.

덩샤오핑이 노령을 이유로 권력을 내놓은 전통이 있는데다 당사자들도 그런 뜻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장주석은 최근 비공개 석상에서 “2∼3년 후 국가주석직이나 총서기직을 물려준 뒤 마지막으로 군사위주석직을 내놓고 은퇴하고 싶다”고 말해 권력이양의 전통을 잇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총리 역시 건강문제를 들어 “3년만 하고 물러나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후부주석이 국가주석직을 조기에 물려받는다고 해도 당총서기직과 중앙군사위주석직까지 차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권력이 분점될 것이라는 얘기다. 후계자들 중에는 3권을 독차지할 만한 ‘절대강자’가 없어 집단지도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후부주석과 부총리로 발탁된 원자바오(溫家寶·56), 국유기업개혁을 맡은 우방궈(吳邦國·57)부총리, 장주석의 신임이 두터운 쩡칭홍(曾慶紅·59)중앙판공청주임, 금융정책의 실세인 다이샹룽(戴相龍·54)중국인민은행장 등 ‘떠오르는 50대 그룹’을 주목하고 있다.결국 중국의 앞날을 운영해갈 당정(黨政)지도부는 이번 전인대와 2월의 공산당 중앙위를 통해 완벽하게 구축된 셈이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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