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4자회담]北 달라진게 없다…『미군철수』 되풀이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새 정부 출범이후 첫번째 남북접촉인 4자회담이 시작됐으나 북한이 기존입장에서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회담전망이 불투명하다.

한국정부는 특사교환 등 전향적인 정책을 밝히면서 16일 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을 촉구했으나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北―美)평화협정체결이라는 지금까지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은 회담장 자리배치와 관련, 거의 ‘생트집성’ 요구로 회담 개막을 5시간 이상 지연시켜 4자회담이라는 틀 자체를 깨뜨리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했다. 북한수석대표가 미국대표단과 마주앉겠다며 국명의 알파벳순 착석을 거부한 것은 국제관례나 기존의 합의에도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에 미국과 마주앉는다 하더라도 의장국이 바뀌는 다음번 회담때는 중국 또는 한국대표단과 마주 봐야 한다.

현지 분석가들은 특히 북한의 이인규 외교부부부장이 13일 중국 신화통신과의 회견에서 했던 발언이 4자회담에 대한 북한측의 시각을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그는 “4자회담은 겉으로는 평화를 제창하지만 뒤에서는 옛소련을 대상으로 했던 미일(美日)안보조약을 한반도에 대한 공격형 동맹으로 변질시키고 한미일(韓美日) 3국의 반(反)조선 3각공조체제를 확대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식량원조를 끌어내는 수단으로 4자회담을 이용해온 게 사실이지만 이처럼 회담 자체를 맹비난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와 함께 북한 유엔대표부의 한 관계자도 16일 북한의 남북한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에 대해 한국정부가 반응을 보내기 전에는 남북대화에 응하지않겠다는 뜻을 밝혀 북한의 속마음을 읽게 했다.

이같은 일련의 조짐들은 4자회담이 예상대로 앞으로도 별다른 성과없이 지지부진 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한다. 한국의 새 정부가 남북 직접대화에 무게를 실어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으나 현재로서는 희망이 별로 없는 것이다.

물론 어렵게 4자회담을 성사시킨 미국이 상호비방금지 등 ‘작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변수로 작용하기는 하겠지만 현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제네바〓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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